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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현지화 전략…中패션시장 잡았죠"

이승진 가로수 대표

사소한 보고서 제목도 중국어로

사드타격 때 中직원이 "우리기업"

반나절마다 매장 전시 절반 바꿔

가장 유행 앞선 점포 입소문 타





“이제 중국 진출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가 결정적인 전환점이죠.”

중국에서 한국 연예인과 한글 상표만 내세우면 뭐든 잘 팔리던 때가 있었다. 영원할 줄 알았던 ‘한류전성시대’는 사드 문제가 표면화하면서 외려 더 큰 역효과를 냈다. 한국 제품 불매운동과 정부 규제로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이 고전할 때 패션전문점 ‘가로수(GAROSU)’는 오히려 현지 직원들이 먼저 ‘우리(중국) 기업’이라고 외치고 다니며 회사를 구하는 데 앞장섰다.

2013년 상하이 낡은 상권의 구석에 16㎡(약 5평)짜리 첫 점포를 내 4년 만에 점포 50곳, 연매출 200억원의 고속성장을 이어갈 때 불어닥친 사드 문제는 가로수에 치명타를 입히는듯 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노력으로 금세 영업이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달 31일 중국 옌청에서 열린 르호봇 주최 ‘한·중 창업페스티벌’ 행사장에서 만난 이승진(47·사진)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한국’ 프리미엄이 사라진 만큼 어떻게 현지화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며 “중국인을 몇 명 더 뽑고 중국어를 배우는 흉내만 낼 게 아니라, 실제 중국 기업처럼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로수의 직원 160명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한국인은 단 5명뿐이다. 창업 초기에는 서울에 본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주요 기능이 중국으로 옮겨왔다. 문서 양식도 중국식이고 사소한 보고서라도 제목은 중국어로 만든다.

단어 하나를 쓰더라도 젊은이들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최신 유행어를 쓴다. 특히 주요 사업을 실행하는 ‘행동대장’격인 프로젝트리더(PL) 급은 모두 중국인이다. 이 대표는 “각각 한국인, 중국인으로 구성된 과장급 그룹을 경쟁시켜보니 매출은 물론 구조화(체계화)작업 등 모든 면에서 중국인 그룹이 더 좋은 성과를 냈다”며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려면 현지인의 요구를 잘 수렴해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 가로수 매장/사진제공=가로수


이 대표는 국내 대기업에서 15년간 패션 업무를 맡은 뒤 중국 주재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창업했다. 자본금은 불과 1,000만원 정도였다.

도소매 의류상가는 발 디딜 틈 없이 옷이 빼곡하게 차 있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는 과감히 50%가량을 비웠다. 대신 반나절마다 창고에서 새 옷을 가져와 다시 전시했다. 지인과 친인척을 동원해 매일 서울 동대문시장 등지에서 신상품을 들여왔다. 반나절마다 새 매장이 되는 셈이다. 이 대표는 “가장 유행에 앞선 점포라는 소문이 나면서 어느 순간 사람들이 줄을 서 옷을 샀다”며 “여전히 가로수 매장들은 매일 신상품을 내놓는다”고 노하우를 공개했다.

그는 중국 시장에 도전하는 후배 사업가들에게 서비스에 초점을 둘 것을 권했다. 이 대표는 “중국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스타벅스가 생기고, 무표정하던 톨게이트 직원도 활짝 웃기 시작할 정도로 최근 서비스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며 “제품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특화한 서비스로 새로운 가치를 줘야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옌청=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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