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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콜센터 정규직 추진]'정규직화' 하도급까지 확대..."공공부문에 일·사람 다 빼앗겨"

아웃소싱 업체·공공비중 높은 IT기업들 인력 유출로 대혼란

정부 입김 센 은행·카드사도 콜센터 정규직화 불똥 튈까 긴장

몸집 커지는 공공기관..."늘어난 인원 감당어려운 상황 올수도"





한 정부 부처의 콜센터 전경.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콜센터를 운영하는 민간기업들이 인력 유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해 산업 생태계의 근간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연 2조3,000억원 규모의 아웃소싱 콜센터 시장을 비롯해 공공 부문 사업 비중이 만만찮은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미 인력 유출 등으로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고 정부 규제에 부침이 심한 은행·카드사 등은 상시 구조조정 움직임을 거슬러 외주 업무에 새로 정규직을 쓸지 고민에 빠졌다. 한창 진행 중인 공공기관의 실태조사가 마무리되면 이 같은 부작용이 전방위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사정이 이런데도 해당 기업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그럴듯한 명분에 눌려 속앓이만 하고 있다. 콜센터 업계의 한 대기업 임원은 “정부가 81만개의 일자리를 공공 부문에서 만든다더니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간에서 잘해오던 일을 공기업이 가져가 본들 비효율만 커진다”며 “시장은 그대로인데 단순히 일감만 이동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사기업 정규직→공기업 정규직, 명함만 바뀌는 일자리 창출=콜센터 업계에서 수위를 다투는 한 업체는 최근 집안 단속에 나섰다. 직원들에게 공공기관의 ‘달콤한 제안’이 임박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기업 실무자는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들이 외주로 처리하던 업무를 자신들이 직접 인력을 고용해 맡게 되면서 일단 사람부터 뽑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외주를 준 업체 직원에게 접근해 ‘이쪽(공기업)으로 옮기는 게 어떠냐’고 1차 선택권을 암암리에 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IT 기업 정규직 명함이 공기업 정규직 명함으로 바뀌는 것 말고는 달라지는 게 없다”며 “우리로서는 정규직으로 직원을 채용해 키운 셈인데 공기업들이 곶감 빼가듯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간기업이 일감과 직원을 동시에 빼앗기는 황당한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정부가 정규직으로 돌려야 하는 비정규직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한 데 있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다. 실제 정부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등에 그간 하도급으로 운영하던 업무를 직접 챙기라고 지시했다. 정규직 업무를 늘린 셈이지만 그간 관련 업무를 처리해온 민간기업으로서는 상당수 직원을 이미 정규직으로 채용해 일을 해오던 터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민간기업 직원들이 공기업의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사태가 빚어진 셈이다.

◇인력 줄이기도 급한데 불필요한 정규직화로 골머리=정규직화의 1차 타깃은 공기업이다. 아직 민간기업으로 강제화되지는 않았다. 정부는 전시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공기업부터 정규직화를 안착시키고 이를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이미 그 영향권에 있다. 정부 입김이 강한 규제 산업 속성상 더 그렇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의 경우 4,000여명에 달하는 무기계약직 신분의 텔러를 100% 정규직으로 돌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간접으로 고용한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를 위해 노사전문가 협의 기구를 꾸리고 구체적인 전환 일정 및 인원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콜센터 직원의 비정규직 비중이 70%에 이른다. 콜센터 업계의 한 임원은 “외주로 고객관계관리(CRM)나 콜센터 업무를 봤던 금융사들도 공공기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사들로서는 정권과 코드를 맞출 수밖에 없어 스마트뱅킹 확산에 따른 몸집 줄이기와 별개로 이들의 정규직화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공공영역 갈수록 비대…경쟁력 하락 불 보듯=문제는 공공 부문이 민간 부문을 잠식하면서 경영 비효율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기업으로서는 외주 사업을 조직 카테고리 안에 편입시키면서 자회사를 만들든, 부서를 신설하든 해야 한다. 이는 모두 세금으로 운영된다. 한 대기업 실무자는 “사기업이야 업무 조정이 수월해 한쪽에서 일감이 줄면 다른 쪽으로 사람을 전환 배치할 수 있지만 탄력적이지 못한 공기업은 그렇지 않다”며 “만약 업무에 변동이 생길 경우 늘어난 인원을 감당하기 버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외주 업체 직원 신분이 단순 파견직으로 신분이 불안정한 경우는 예외로 하더라도 일반 정규직은 달리 봐야 한다”며 “민간에서 키워놓은 인재를 공공 부문이 빼가는 것이라 우리 경제에 무슨 혜택이 돌아가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외부 파견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그 대상은 용역 업체의 소개를 받아 일하는 단순 노무자로 국한돼 있다. 이들의 경우 대기업의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더라도 영세 용역 업체 외에는 다른 기업에 피해가 전혀 없다. /이상훈·이주원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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