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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은 창업과 유사...튼튼한 창업생태계 조성에 엔진역할 할것

■'4차 산업시대 발명교육 미래' 전문가 좌담

-본지·특허청·발명진흥회 공동주관

기술혁명으로 일자리 줄어들고 직업개념도 180도 달라져

창의력·고도의 문제해결 능력 갖춘 인재 키우는 교육 필요

교사 전문성 확보 시급...지적재산권 경시 문화도 바뀌어야

정부, 긴 호흡 갖고 발명 커뮤니티 활성화·플랫폼 구축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창의적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봇 등을 통한 기술융합으로 사람과 사물, 공간이 초연결·초지능화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체계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인재를 배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내놓은 일자리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혁명에 따른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로 직업 개념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면서 국내 교육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단순기술을 가르치기보다 창의력과 고도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춰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발명교육을 반영하고 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을 통해 창조형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발명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명교육법)’이 15일부터 시행되는 점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경제신문은 발명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 공동 주관으로 지난 12일 서울 역삼동 발명진흥회 지식재산센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발명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경표 발명영재교육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유웅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이관우 버즈빌 대표, 장세윤 MIDAS연구소 대표, 서호찬 부산 대광발명과학고 교사 등이 참석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센터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는 발명교육의 미래’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경표(왼쪽부터) 발명영재교육연구원장, 이관우 버즈빌 대표, 유웅환 KAIST 교수, 장세윤 MIDAS연구소 대표, 서호찬 부산 대광발명과학고 교사. /송은석기자




“기술혁명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보나 지식 독점으로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승자독식 사회로 가게 될 것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내가 선도적으로 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고 그러려면 우리의 교육도 각 개인의 창의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쪽으로 변화가 필요합니다.” (유웅환 KAIST 교수)

“과거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의 교육은 많은 노동력을 생산해내기 위한 커리큘럼이 주를 이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AI의 업무능력이 인간의 생산력을 3~5배 이상 웃돕니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교육보다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이 돼야 시대 변화에 맞는 인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관우 버즈빌 대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발명교육의 미래’ 좌담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국내 교육 시스템도 바뀌어야 하며 발명교육이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발명교육이 활성화되려면 전문교사를 충실히 양성해야 하며 창의적 사고의 보고(寶庫)인 지식재산권(IP)을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유웅환 교수는 “창의력은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분위기에서 만들어지는데 우리는 그런 교육방식에 익숙하지 않다”며 “당장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봐도 질문을 많이 하면 선생님들이 수업에 방해된다고 혼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유 교수는 “삼성전자에 근무할 때 한국과 이스라엘 엔지니어들이 자주 부딪혔는데 갈등의 주원인은 모르는 일이 생기면 확신이 들 때까지 챌린지하는 이스라엘 엔지니어들의 고집 때문이었다”며 “이런 차이는 결국 어린 시절부터 습득한 교육에서도 나오며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말했다.

이관우 대표는 “특정 직업에 맞춰진 지식이나 능력이 아닌,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적응할 수 있는 ‘생각하는 힘’이 있어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각 개인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에 초점을 맞춘 발명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발명교육이 창의적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지만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의 관심에서도 벗어나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장세윤 대표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발명교육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은 물론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체계화된 발명교육으로 큰 혜택을 받았지만 주위 친구들을 보면 이 같은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일반대중이 발명이라고 하면 경제력 없는 괴짜 발명가들이 하는 일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것 같다”며 “이번 법 시행을 계기로 발명교육을 다른 교육 커리큘럼처럼 일반학생들도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관우 대표 역시 “발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직접 제품을 만들지 않더라도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노트에 적는 것부터 시작하면 발명은 의외로 일상에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느낄 것”이라고 조언했다.



토론자들은 발명교육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창업생태계의 토대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작성했던 발명노트가 창업한 후로는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기록하는 노트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며 “발명 시제품을 만들었던 경험은 개발자들이 모여 아이템을 만드는 것과 같고, 발명대회에 나가서 발표했던 경험은 이제 투자자들 앞에서 기업설명회(IR)를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 반추했다.

장 대표도 어린 시절 발명교육으로 습득한 경험이 회사 창업과 경영에 도움이 됐다고 동의했다. 그는 “창업 아이템은 주로 일상에서 느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나오는데 발명작업도 이와 유사하다”며 “발명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학생이라면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 나중에 성인이 돼서 창업할 때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발명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데 참석자들은 인식을 같이했다. 발명교육법은 시행됐지만 교육을 담당할 교사들의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호찬 교사는 “발명교육법이 시행되면서 발명교육을 정규과정에 넣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교육을 담당할 교사들의 전문성 확보 방안은 아직 미흡하다”며 “교육청에서 내놓은 대책을 봐도 단순히 발명교육 연수일정을 안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발명교육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선생님들에 대한 교육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법도 시행됐으니 정부나 교육청 차원에서 발명교육 담당 교사들을 선발해 집중 연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발명교육 과목을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선택이 아닌 기본과목으로 편입시키고 사범대학에 수학교육이나 국어교육처럼 발명교육학과를 만들어 전문 교사를 배출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들은 창의적 사고의 보고(寶庫)인 지식재산권(IP)을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사람의 지식재산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다”며 “국내에서 중소 스타트업이 제대로 투자받지 못하는 것도 대기업들이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카피해 새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모바일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도 아직 상위 레벨을 유지하는 것은 모바일플랫폼을 장악한 구글의 안드로이드 안에 원천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MS는 이 분야에서 특허료로만도 2조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식재산이 창의적 사고의 결과물로 존중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좋은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대박이 날 수 있다는 사례가 많아져야 발명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발명교육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제언들도 줄을 이었다. 이 대표는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듯이 정부 정책도 단기적 시각이 아니라 긴 호흡을 가지고 추진했으면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혁신가와 창업가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많은 학생이 어린 시절부터 발명교육을 접할 기회를 늘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도 “학생들이 발명과 관련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체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좋은 아이디어는 사업화하고 아이디어를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시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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