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 노사가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던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올해 임금교섭 및 단체협약 교섭(임단협) 결과 노사 합의로 단체협약 중 ‘고용세습’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SK이노베이션 노조 단체협약 제24조 제2항에는 ‘회사는 정년퇴직자, 업무상 상병으로 인한 퇴직자의 직계가족 채용에 있어서 자격이 구비됐을 시 우선채용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이 들어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의 우선채용 조항은 단협에 있기는 했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였다”며 “청년 구직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노사가 합의해 삭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세습 조항은 고용노동부가 “공정한 취업기회가 박탈되고 노동시장 내 격차 확대와 고용구조 악화가 초래된다”며 자율시정하도록 권고했지만 기업들의 시행 정도는 여전히 미미하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 임단협에 앞서 사측이 ‘고용세습’ 조항을 다룰 것을 요청했지만 노조에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기업 역시 노조 눈치를 보느라 제안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고용세습’ 조항 삭제 외에 복수노조를 인정하도록 단체협약을 개선했다. 현행법에서는 복수노조를 인정하지만 지금까지 단체협약상에서는 현 노조를 ‘유일한 교섭단체’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상질병 휴직자 처우, 산업안전위원회 구성 및 운영, 건강진단, 작업환경 측정 같은 안전환경보건과 관련된 조항을 개정된 법에 맞게 강화해 명시했다.
재계에서는 “정부 권고에도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불법적 조항을 삭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 노조가 먼저 나섬으로써 다른 기업의 노사협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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