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산 저가 H형강 수입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H형강을 제조하는 포스코 베트남 법인이 생산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反)덤핑 제재까지 가해 중국산 저가 공세를 막았지만 포스코의 베트남 물량이 그 자리를 치고 들어오면서 전기로 업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트남산 H형강 총 수입량은 8만9,633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5,083톤에서 3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베트남산 H형강 물량은 지난 2015년 하반기 7,204톤을 기록한 후 계속해서 최고치를 경신하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산 H형강 수입량이 늘어난 건 포스코가 베트남에 설립한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부터다. 포스코는 2014년 베트남 철강 시장을 개척하고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 남부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전기로 공장을 설립했다. 이듬해 상업생산을 시작한 뒤 점차 물량을 늘려 올해 상반기 생산량은 43만톤을 기록했다.
문제는 포스코 베트남 법인이 동남아 시장에서 마땅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현지에서 생산된 물량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을 포함해 동남아 시장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 꽉 잡고 있다”며 “현지에서 밀리니 그나마 경쟁해볼 만한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로 들어오는 베트남산 H형강 제품이 급증하면서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전기로 업체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베트남산 H형강의 판매 가격은 톤당 74만원으로 국산 제품보다 4만원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 반발이 커지면서 포스코가 저가 H형강 수입량을 조절하겠다고 했는데 되레 물량이 늘어나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터라 포스코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앞서 국내 H형강 제조사들은 중국산 저가 H형강을 제소해 반덤핑 제재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껏 중국을 막아냈더니 업계 ‘맏형’격인 포스코의 베트남 물량이 그 공백을 치고 들어온 셈”이라며 “중국 정부가 포스코의 베트남산 국내 물량을 문제 삼아 중국산에 대한 반덤핑 제재 철회를 요구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부터 국내 수입에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베트남 제품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국내 철강 유통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나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여전히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판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럼에도 생산량을 늘린다면 앞으로도 국내 유입 물량은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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