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자율주행차, 로봇, 3차원(3D)프린터 등 핵심 기술은 촉매 혁신(catalytic innovation)을 일으키며 산업과 일자리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입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2년마다 역량이 2배가 되는데 10년 후에는 32배에 달해 ‘Z통찰(Z Epiphany·마지막 알파벳으로 최대의 통찰을 뜻함)’로 미래 산업전략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 가운데 한 명인 토머스 프레이(63) 다빈치연구소 소장은 지난 14일 서울역 근처 동자아트홀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과학기술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해 어떻게 미래 전략을 짜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핵심 기술이 모든 것을 삼키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세상으로 문을 열어주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든 기존 촉매기술로는 전기·자동차·비행기·사진 등을 꼽았다. 2006년 구글이 뽑은 최고의 미래학자인 그는 최근 대전에서 열린 ‘2017 아·태 도시정상회의(Asia Pacific Cities Summit)’ 기조강연 등을 위해 방한했다.
그는 미래 산업에 대비하기 위해 ‘Z통찰’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Z통찰은 지식·직관·심리학·감정·기술·능력을 개발해 미래에 참여하자는 뜻에서 개발한 통찰 극대화 체계다. 그는 “동기와 욕망을 제공하고 미래 비전을 변화시켜 전략을 수립하면 실제 미래가 바뀔 것”이라며 “자동화로 모든 노력(노동)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지만 능력(성과)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주요 업적이 점점 흔해지고 하이퍼루프(초고속 진공튜브 캡슐열차)라든지 초대형 업적이 그 자리를 대신하며, 사람들이 혁신 작업에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혁신의 민주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62년부터 방영된 미국 TV 애니메이션 시트콤 ‘제슨스(The Jetsons)’를 예로 들었다. 당시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서 캡슐을 쓰면 학교나 사무실·쇼핑센터로 각자 이동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다빈치연구소에서 오는 2062년에는 순간이동이 가능한 세상을 그린 영상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14년 ‘2030년에는 현존 일자리의 절반이나 되는 20억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울한 경고를 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억개의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고 어떤 분야의 절반이 사라진다든지, 예를 들면 그동안 한전은 전기계량기를 직접 체크하고 다녔지만 앞으로는 사물인터넷(IoT)으로 인해 자동으로 집계된다”며 “동시에 (신산업이 생기며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창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래학자로서 ‘미래가 어둡다. 종말이 온다’고 말했다기보다는 ‘웨이크업 콜(wake-up call·경종)’의 의미로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믿는 시각도 있지만 기술적 실업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기계를 사용하는 소수의 사람이 다른 많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혁신 기술의 가속화라는 미래의 변화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자고 역설했다.
그는 촉매기술로 △드론 △자율주행차 △로봇 △3D프린터 △3D프린팅 건축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에너지 대량 저장기술 △IoT △가상·증강현실(VR·AR) 등을 들며 100개가 훌쩍 넘는 직종이 사라지겠지만 새로운 직종도 대거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30년께에는 드론이 세계적으로 10억개나 날아다니며 수백 가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음식·우편 배달과 택배 서비스, 구조, 경찰, 소방관, 보안경비요원, 카메라맨 등 많은 직업군의 역할이 사라지거나 줄어들겠지만 드론 오퍼레이팅, 커맨드(컴퓨터 명령)센터, 데이터 분석, 도시 스캐닝, 드론 훈련사, 프라이버시 모니터링, 교통혼잡 최적화 등 여러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자율주행차 한 대가 일반차 30대의 역할을 하며 자동차사와 부품사, 보험사, 세차장, 주유소, 운전사, 교통경찰, 주차장과 주차단속원, 정형외과, 단거리 항공 등 100가지가 넘는 직업군의 역할을 없애거나 감소시키는 파괴적 기술이 되겠지만 신기술 파급, 환경 개선과 에너지 절감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3D프린터로 인공장기와 의약품·식품까지 일부 만드는 단계까지 와 있고 건축물을 통째로 짓는 방법도 현실화되고 있어 제조업의 틀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정부와 정치권도 촉매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드론만 놓고 봐도 사생활 침해 문제를 방지해야 하고 신산업과 기존 산업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고용 시장에 미칠 충격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프레이 소장은 ‘핵심 촉매기술에서 실제 얼마나 많은 창조적 일자리가 생기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과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역사에 빗대 설명했다. “1980~1990년대 인터넷을 보고 많은 사람이 ‘절대 성공 못한다’고 했었죠. 하지만 인터넷 기업들이 플랫폼을 만들어 새로운 기회를 위한 촉매 역할을 하며 엄청난 기회를 잡았어요. 10년 전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도 ‘이게 되겠나’ 하는 시선이 있었지만 결국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됐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융합하고 혁신 촉매기술이 가세하면서 많은 일자리를 없애기도 하고 새로 창조하기도 하는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요.”
프레이 소장은 ‘비눗방울’에 갇혀 사는 우리의 시야를 미래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어려서 시골에서 자랐는데 그땐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비눗방울에 갇혀 사는 것처럼 느꼈죠. 지난 수백 년 동안 우리는 비눗방울의 크기와 형태를 확장시켜 왔어요. 앞으로는 비눗방울 밖을 봐야 하는데 미래에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촉매적 혁신 기술이 16개, 나아가 64개로 늘어날 것입니다.” 그가 1997년에 설립한 다빈치연구소가 세상의 급변에 맞춰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며 3개월 과정의 마이크로대(Micro college)를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래의 메가 트렌드로 △고속도로·대중교통시스템·전화·우편제도·수도공급망·식품공급망 등 기반시설 재창조 △우주여행·우주전력발전소 등 우주 산업 △허리케인 등 기상 제어 △지구 중심핵 탐사 △지구 중력 제어 △과거 사건 홀로그램으로 재현 △빛의 속도로 다른 행성 여행 △지속적인 전력 공급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인류는 앞으로 20년간 어쩌면 역사 전체의 변화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경험할 수도 있다”며 “전례 없는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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