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동료 뒷담화나 회사 욕을 하면서 부정적인 이야기로 흐를 때가 많잖아요. 동업에 관한 책을 쓰다가 저보다 어린 동업자들을 만났는데 하나같이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그들의 열정에서 강력한 자극을 받아 회사를 그만두게 된 거죠.”
서울 상암과 경기 판교에서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김진양(37) 북바이북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이 동네 책방 주인으로 탈바꿈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북카페 열고 책이나 쓰면서 살고 싶다.”
아무런 대책 없이 프리랜서가 된 2013년의 어느 날, 버스에서 자신에게 툭 던진 말이었다. 여느 때라면 ‘다음 생에’라는 단서를 달았겠지만, 옆에서 친언니가 그 말을 듣고 있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일하며 온라인 콘텐츠를 공기처럼 접했던 이들 친자매는 책을 매개로 한 창업도 그리 다르지 않을 거라 여기고 의기투합했다.
‘책방’이라는 오프라인 콘텐츠를 구상했지만 그들이 상상한 동네 책방은 기존의 책방과는 많이 달랐다. 온라인 콘텐츠를 다루던 방식으로 접근하자는 ‘발상의 전환’이 뒤따랐다. 분류에 따른 책장 배치를 포털 메인의 배너로 인식했다. 댓글이 달리는 것에서 착안한 책꼬리(이미 책을 읽은 사람이 책 추천평을 책갈피 등에 남기는 것), 책 되팔면 포인트 제공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그렇게 자매의 창업이 시작됐다. ‘참고서가 없는 서점’에 이어 ‘맥주와 책방’이라는 아이덴티티가 추가됐다. 국내에 ‘책맥(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 문화를 확산시킨 첫 번째 시도였다.
하나 둘씩 실험을 하다 보니 ‘퇴근길 책한잔’을 내세운 서점이 탄생했다. 특이한 점은 오프라인 책방을 열기 전에 이미 온라인으로 사전 모객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부동산 물색 등 오프라인 작업은 그 다음 순서였다. 이후 ‘작가번개’ 등 톡톡 튀는 시도를 통해 6평 남짓 동네 책방은 전국구 스타가 됐다.
올해 초 김 대표는 중요한 결정을 했다. 또 다른 매장을 판교에 낸 것이다. 정보기술(IT) 회사에서 근무했던 만큼 젊고 톡톡 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판교라는 공간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곳이었다. 매장의 느낌은 지역과 타깃 고객에 따라 차별성을 확보했다. 당분간은 외형을 확장하기보다는 콘텐츠 경험을 넓히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올 하반기에는 제주 등의 숙박업체와 제휴를 맺어 찾아가는 작가번개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요즘 사람들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콘텐츠를 중심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고 우리는 바로 이런 시장을 바라보고 ‘책방’이라는 접점을 넓혀가고 한다”고 말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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