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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한가위와 우리 농식품

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추석은 예로부터 우리에게 풍요와 만족의 상징이었다.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던 과거에도 추석만큼은 햅쌀과 햇과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땀 흘려 지은 농작물을 나눠 먹는 일이야말로 농경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자 보람이었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송편을 빚거나 강강술래를 하면서 화합을 다지고 고마움의 표시로 조촐한 선물을 주고받는 일도 빠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추석은 ‘감사하고 화합하는 날’이었다.

그러나 최근 추석을 맞는 풍속이 많이 달라졌다. 긴 연휴를 이용해 가족여행을 떠나거나 아예 뿔뿔이 흩어져 휴가를 즐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추석 물가가 연일 화두로 오르내리는 점도 과거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올해 추석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지, 차례상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한편으로는 추석의 본래 의미보다 추석 물가가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명절선물 자체를 꺼리는 모습도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명절이었던 지난 설 기간 주요 대형 마트, 백화점의 농축산물 선물 세트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25.8%나 감소했다. 이번 추석에도 상점 곳곳 북새통을 이루던 명절 분위기가 위축될까 걱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추석을 맞아 우리 농식품 소비 진작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도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 업체의 성수품 가격을 조사해 차례상을 좀 더 알뜰하게 준비할 수 있는 경로와 구매 적기를 안내할 계획이다. 18일부터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대규모의 직거래 장터를 개설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우수한 지역 농식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각종 문화행사도 체험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발걸음 바쁜 귀성객들을 위한 행사도 마련했다. 코레일그룹과의 협력으로 대전 KTX역에서 지난주부터 농공상 융합형 중소기업 전용 판매관인 ‘농식품 찬들마루’ 특판전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명절을 앞두고 비축물량을 방출하는 등 성수기 농산물 수급을 원활히 하고 지나친 물가 상승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유난히 긴 올 추석, 차례상에 올라온 과일의 가격도 중요하지만 씨앗 하나가 어떻게 가을 한가운데 우리에게 왔는지 떠올리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과거의 풍속을 무조건 답습할 필요는 없지만 추석의 취지에 맞게 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지인들과 작은 정을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모처럼 농업인들에게 신바람을 불어넣고 소비자는 나누는 즐거움과 화합의 기쁨을 되살려보는 추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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