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부 중앙은행들이 신용 확대를 위해 시도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은행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들 간 경쟁이 치열할 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져, 정책 자체가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18일 한재준 인하대 교수와 소인환 한국은행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이 쓴 ‘금리 수준과 은행 수익성의 관계’ 보고서에서 금리 수준과 은행 수익성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통화정책의 금리파급 경로 작동에 문제가 생기고, 이를 매개하는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시장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은행들이 예금수취 감소 등을 우려해 예금금리를 낮추지 못할 경우 은행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 숫자가 많고 경쟁이 치열할수록 이런 현상은 심화되는데, 은행들이 예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예금금리 인하를 꺼리고 대출 확대에도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더라도 은행들은 다른 은행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예금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쉽게 낮추지 못한다. 이에 더해 신용위험 우려로 대출금액도 늘리지 못하면서 은행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 과장은 “예금금리는 0%를 유지하고, 운용금리인 대출금리만 마이너스인 경우 예대마진 축소로 수익이 감소하고 비용 부담으로 대출 확대마저 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이런 현상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2014년 6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최초로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뒤 유로지역 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 감소 등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은행들이 경쟁 은행에 고객을 뺏기지 않고 예금액을 안정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낮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곳은 5개 중앙은행으로, ECB에 이어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 일본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떨어뜨린 상태다.
연구진은 “예금금리의 하방경직성과 경쟁 고조로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발생한다면 마이너스 금리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최소한도로 실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로 은행을 통한 금융중개기능 자체가 위축된다면 경제 내 신용공여량을 확대하려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 자체가 허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도 시중은행의 여·수신금리가 떨어지지 않으면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목표 자체가 달성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밖에도 연구진은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부작용으로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저해 △부채 증가 우려 △고령자들의 금융자산 수익성 악화 △국가간 금리인하 경쟁에 따른 환율전쟁을 꼽았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는 채무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춰 과도한 레버리지를 초래한다”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 양산과 기업 구조조정 지연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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