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지수가 연휴 기간 폭락하면 관련 ETF 가격도 하락하나요?”
올해 초 목돈을 홍콩증시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직장인 A(35)씨는 국내 증시가 황금연휴에 맞춰 열흘간 휴장한다는 소식이 달갑지 않다. 연휴 기간 홍콩증시가 2016년 2월과 같이 폭락할 경우 적절한 대응 시점을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A씨는 “해외 지수를 주식처럼 간편하게 거래하기 위해 ETF에 가입했는데 이런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내 금융당국은 ETF 투자에서 A씨와 같은 피해를 막고자 유동성공급자(LP) 제도를 통해 적정 가격을 조정하도록 한다. 하지만 전례 없는 장기간 휴장으로 예측이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중국본토CSI300레버리지’의 3개월 평균 괴리율은 -1.74%로 국내 상장된 ETF 중 연초 이후 괴리율이 가장 높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차이나CSI300레버리지’와 KB자산운용의 ‘KB스타 일본토픽스레버리지’는 각각 -1.22%, -0.39%로 뒤를 이었다.
괴리율이란 ETF가 실제로 거래되는 시장 가격과 순자산가치(iNAV) 간 차이를 말한다. 괴리율이 벌어진 ETF에 투자하면 향후 기준가 조정 등으로 투자자는 이 괴리율만큼 손해를 볼 수 있다. 주로 ETF가 추종하는 기초자산이 해외 지수일 때 거래시간 차이 등으로 일시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마이너스 괴리율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ETF를 팔았다는 의미다. 지난 3월16일 ‘KINDEX골드선물인버스2X’는 -4.38%의 괴리율을 나타냈는데 이는 자산가치 대비 거래가격이 4.38% 낮게 형성됐다는 의미다. 투자자가 보유 ETF를 매도한다면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반면 플러스 괴리율은 그보다 높은 가격에 ETF를 사들였음을 의미한다. 거래가격이 순자산가치보다 높으면 순자산가치보다 ETF를 비싸게 사들인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괴리율의 의미를 모르고 ETF 투자에 접근할 경우 일상적인 매매가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괴리율 기준 초과 공시 건수는 약 2,000여건에 달한다. 1년에 약 570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지수와 상품가치의 불일치 현상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ETF 투자에서 발생하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LP가 ETF의 적정 가격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말부터 국내 ETF는 괴리율이 1%, 해외 ETF는 2% 이상 괴리율이 발생하면 초과사실을 공시하도록 돼 있다. 괴리율이 6% 이상 발생할 때는 분기별 LP 평가에 반영하는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이번 증시 휴장이 사상 최대 기간인 만큼 열흘 동안 해외 증시의 급작스런 변동으로 괴리율 격차가 커질 때는 손쓸 방법이 많지 않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연휴 기간에도 해외 지수 ETF의 괴리율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연휴 기간 중국 증시도 국경절 연휴로 10월2~6일 휴장하고 홍콩 증시는 2일, 5일 쉰다. 괴리율에 의한 손실에 대해 금투 업계에서는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 외국 증권 시장과의 시차로 국내 장 마감 이후 기초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반영되지 못해 괴리율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운용사들이 지수 추적방식이나 위험 헤지 방안을 제대로 보완하지 않았다는 점, LP 역시 가격조성 의무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괴리율은 대개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서 발생하고 이 중에서도 중국 증시와 관련한 상품이 괴리율이 크다”며 “신흥국 증시는 여전히 변수가 많기 때문에 투자자는 거래소에 공시되는 내용을 수시로 점검해 관련 내용을 고려한 매매를 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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