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나라’는 정말 깨끗한 제품을 만들고 있을까? 이 회사는 여성용품 판매 최상위권이었던 제품을 만드는 회사였다. 특히 제품이 저렴해 시장점유율이 높았다. 남자라서 제품을 구입해볼 기회가 전혀 없었지만 여성들은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주변 매장에서 ‘1+1’으로 판매가 돼 많은 분들이 사용했다고 한다. 모든 저가 제품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결국 제품은 제조원가가 가격의 핵심 결정 요소다. 마케팅이 중요한 시대에 마진을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기에 결국 저가 제품은 제조원가를 줄여야 한다. 물론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이니 섣불리 기업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여성용품 파동뿐만 아니라 먹거리에서는 계란에 소시지까지 아주 한꺼번에 난리가 났다. 예전에도 이런 사건들은 심심찮게 뉴스에 나왔다. 과거에 아무리 매출액 성장률이 좋았더라도 환경오염이나 유해제품 등의 이슈로 문제가 된 기업들은 어느 한순간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물론 그 기업에 투자한 주주를 포함한 모든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에너지 기업이었던 ‘엔론’이 회계 부정 사건 하나로 역사에서 사라진 유명한 예가 있다. 깨끗한 도덕성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으며 인체에 무해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세상 모든 기업들의 기본적인 덕목이다.
‘깨끗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되고 있다. 사회책임투자(SRI·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라고도 하고 ESG투자(Environment·Social·Government, 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라고도 불린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기본 덕목들을 잘 이행하는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투자 기업 목록에서 도박이나 담배·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을 배제하는 형식이었으나 지금은 좀 더 적극적인 의미로 ESG에 긍정적 점수를 줄 수 있는 기업들을 골라서 투자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좋은 의미 이전에 결국 투자는 수익률이 따라줘야만 한다. 2016년 12월에 나온 메릴린치 보고서(Good companies can make good stocks)에 따르면 ESG를 중심으로 투자한 사람들은 기업의 부도 위험에서 90%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수익률의 변동성과 하락 위험에서 더 나은 방어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향후 연기금이나 여러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ESG를 중심으로 한 투자를 늘려갈 것으로 보이기에 개별 주식의 수급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도덕심에 호소해 “깨끗한 기업에 투자하라”가 아닌 우수하면서도 안정적인 투자수익률을 위해 ESG를 활용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도 시대가 흐를수록 점점 이러한 검증이 까다로워질 것이다. 선진국보다 조금 늦은 트렌드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에도 SRI·ESG에 대한 투자의 폭은 점점 더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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