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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기·늙다리·불량배·미치광이"...막말 경연장된 유엔

트럼프 미 대통령 강경 연설 후 북한,이란 등 원색 비난전

유엔 총회 첫 기조 연설에서 북한을 ‘불량정권’이라 지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전 세계 지도자들이 한 해에 한 번 모여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유엔 총회가 ‘막말 경연장’으로 변질 되고 있다.

2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전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가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며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 대응해 북한 최고 지도자 최초로 본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라 언급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연합뉴스


북한 최고 지도자가 본인 명의의 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냐”고 부연했다. 리 외무상은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의 한 호텔에 도착한 2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겨냥해 “개 짖는 소리”라 지칭하기도 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20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핵 합의가 국제정치의 ‘풋내기 불량배’(rogue newcomer)에 의해 파괴되면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량 국가’ 언급을 되받아치면서 그가 ‘초짜 정치인’임을 조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트럼프의 무지한 헤이트 스피치(공개적 혐오 발언)는 21세기 유엔이 아니라 중세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풋내기 불량배’라 부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AP연합뉴스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외교 월드컵’ 무대인 유엔 총회가 올해는 도를 넘는 ‘막말 경연장’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 시작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첫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이란 등을 ‘불량 정권’(rogue regime), ‘불량 국가’(rogue state)라 지목하는 등 이례적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 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북한을 자극하기도 했다.

가장 성숙한 무대가 되여야 할 외교의 장이 이처럼 변질되는 데 대해 각국 외신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상급 대표들이 유엔 총회의 꽃이라 불리는 일반 회의 각국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비전 제시보다 상대국 비방에 열을 올린다면 유엔의 의의마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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