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초(超)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 적용 대상이 모바일·PC 등 전통적인 반도체 수요처에서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로 새롭게 확대되고 있다. 모바일 기기의 스펙 경쟁이 사실상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시점에서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의 추가적인 기술 진화를 자동차에 적용해 물꼬를 트겠다는 전략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 등 스마트카는 기존 내연 자동차에 비해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면서 “삼성전자의 초고사양 반도체를 적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 자동차용 eUFS 양산”=26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자동차용 128GB(기가바이트) eUFS(내장형 UFS·embedded Universal Flash Storage)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부터 낸드플래시에 적용되는 차세대 메모리 규격인 eUFS(128GB)를 모바일용으로 양산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적용해 오다가 이번에 사용처를 자동차용으로까지 넓힌 것이다.
삼성전자가 자동차용으로 양산을 시작한 eUFS는 국제 반도체 표준 기구인 ‘제덱(JEDEC)’이 표준화한 최신 내장 메모리 규격이다. 기존 규격인 eMMC(Multi Media Card)와 크기는 성인 손톱만 한 정도(가로 11.5㎜, 세로 13㎜)로 비슷하지만 저장 용량과 데이터 처리 속도가 대폭 개선된 게 특징이다. 연속 읽기와 임의 읽기 속도가 eMMC 5.0 대비 각각 3.4배, 6.4배 빠르고 저장 용량은 2배 늘어났다. eUFS는 고 사양 자동차의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과 인포테인먼트, 대시보드 시스템에 적용된다. 스마트카 핵심 장치인 이들 시스템이 더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버벅거림 없이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안정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깐깐한 요구를 반영해 eUFS 내 컨트롤러에 온도 감지 센서를 탑재해 내열성도 갖췄다. eUFS 자체가 온도를 감지해 본 시스템이 온도 조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무는 “업계 최초로 자동차용 eUFS를 공급해 메이저 자동차 고객사들이 차세대 시스템을 적기에 출시하는 데 기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독일 아우디에 eUFS를 공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전기차 시장이 확산되면서 자동차 생산 주도권이 배터리 업체와 전자부품 공급사로 넘어오고 있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하면 향후 전개될 스마트카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쥐는 데 이번 eUFS 양산이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전장 사업 경쟁력=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스마트폰 시장의 맞수인 애플이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를 사다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바일향(向)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eUFS 메모리 반도체를 차량용으로 확대한 것처럼 삼성전자가 모바일향을 통해 확보한 기술을 자동차용으로 확대 적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올 초 시스템 반도체인 ‘엑시노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아우디에 공급하기로 한 것을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진입했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첫 AP 브랜드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모바일용 등 기존 메모리 반도체에서 확보한 기술을 차량용으로 확대하기 시작한다면 고사양 반도체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타사 대비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