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034220) 부회장이 중국에 반드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OLED 공장 승인의 키를 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한 부회장은 26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8회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 이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중국 공장 설립을 불허할 경우) 대안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중국 광저우에 지을 8.5세대 OLED 공장은 10.5세대 OLED 생산을 준비하기 위한 대체 불가능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파주에 땅이 없고 새로운 공장 부지를 찾는 건 힘들고 많이 고민하고 결정했다”며 “정부에서 걱정하는 부분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의 OLED 생산기지인 파주에는 여유공간이 없고 마지막 공장인 P10에서는 10.5세대 OLED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설비를 OLED로 교체하거나 신규 부지를 찾을 경우 시간과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10.5세대 투자역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부회장은 ‘왜 꼭 중국이어야 하나’라는 지적에 “중국에 시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TV 시장의 미래를 ‘OLED TV’로 보는 만큼 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내 소비자와 고객사를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OLED 패널에 대한 관세가 5%지만 중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15%가 될 수 있다”며 “OLED 투자 타이밍을 놓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기술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중국 공장은 ‘생산장비’에 불과할 뿐 핵심인 ‘레시피’는 시스템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OLED 기술은 단순히 장비 도입만으로 카피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라 맛집에서 요리를 하듯 아날로그적 접근과 깊이 있는 노하우가 필요함을 역설한 것이다. 한 부회장은 “OLED 생산능력은 이제 6만장 수준으로 중국 생산량이 더해지면 10.5세대 준비를 단단히 할 수 있다”며 정부 승인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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