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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컨퍼런스 2017] "AI시대 문제만 찾아내면 답 구해...세상 바꿀 위대한 질문해야"

주제강연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

한국 학생들 인공지능이 잘하는 좌뇌 영역만 죽어라 배워

이젠 암기형 공부 소용없어...학생들에 질문하는법 가르쳐야

교육방식도 6개월짜리 '나노학위'·온라인 공개강좌가 대안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가 2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17’에서 ‘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해체’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권욱기자




“우리나라 학생들은 인공지능(AI)이 잘하는 좌뇌 영역만 죽어라 배우고 있지 않나요?”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2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인간과 AI의 공존, 열쇠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17’에서 주제 강연을 맡아 과거에 머물러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이같이 꼬집었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체계를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AI 시대에는 문제만 찾아내면 답은 어떻게든 구할 수 있다”며 “세상을 바꿀 위대한 질문을 발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설명하는 ‘위대한 질문’은 이런 것이다. 컴퓨터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지난 1945년 미국의 과학자 바네바 부시는 “정보는 꼭 도서관에서 찾아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 질문을 통해 책의 내용을 저장하고 있다가 정보가 필요할 때 빠른 속도로 찾아낼 수 있는 ‘메멕스(MEMEX)’라는 기계를 구상했다. 이 아이디어는 40여년이 흘러 ‘인터넷’이라는 발명품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 질문 하나가 세상을 바꾼 셈이다.



김 교수가 본 한국의 교육 현실은 암담 그 자체다. 김 교수는 “6개월 전과 오늘이 달라지는 시대인데 대한민국 교실의 모습은 조선 시대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2.99달러 애플리케이션 ‘울프럼알파’를 이용하면 미적분부터 대학 때 배우는 공학 수학까지 복잡한 수식을 바로 풀 수 있는데 ‘수포자(수학포기자)’에게 수학을 강요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학생들에게 질문하게 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교실 밖으로 탈출시키라는 게 그의 주문이다.

김 교수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답을 구하는 문제, 문제를 풀기 위한 지식 암기형 공부는 이제 소용이 없다”고 평가하며 “1991년 기술가치로 환산하면 143억원짜리 슈퍼컴퓨터나 마찬가지인 아이폰7을 왜 우리 교육에 활용하지 못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건 질문뿐만이 아니다.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교육 환경 역시 중요하다. 김 교수는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수들 중 4차 산업혁명, 딥러닝을 전공한 교수가 계시면 손을 들어보라”고 물었다. 물론 청중 중 손을 드는 이들은 없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는 어떤 방식의 교육을 받아야 할까. 김 교수는 6개월짜리 학위과정인 ‘나노 학위’와 미국 아이비리그 온라인 공개강좌인 ‘무크(MOOC)’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교에서 정해주는 주입식 교육 대신 온라인을 통해 학생이 배우고자 하는 분야를 빠르게 학습하는 편이 낫다는 진단이다. 그는 “나노 학위는 16주간 진행되는 데 매주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더 이상 진도를 나갈 수 없어 실제로 듣는 강의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면서 “교수님들도 무크를 들으며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학생들에게 프로젝트를 던져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교육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선두기업 구글도 인재를 선발할 때 학벌은 전혀 보지 않는 대신 ‘나노 학위’ 취득자를 선호한다.

일상생활과 첨단기술을 연결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김 교수는 “우리는 지금 3D 프린터로 제품을 만드는 교육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커피 머신과 연계해 아트 라떼를 만드는 기계를 생각해내는 게 중요하다”며 “AI가 빅데이터에서 지식을 추출하는 일을 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지식과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AI 시대에 맞는 인재들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을 때 세계적인 기업들이 엄청난 투자를 통해 인재 전쟁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도 환기시켰다. 그는 “‘월드와이드웹(WWW)’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는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를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며 “1900년대에 가장 똑똑한 사람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었고 2000년대에는 왜 허사비스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2014년 구글은 12명의 AI 전문가가 일하는 딥마인드를 5,000억원 규모로 인수했다”며 “해외 기업들은 전문가 한 명당 수백억원의 몸값을 지불할 정도로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세 때부터 게임에 몰두하다 19세에 직접 ‘테마파크’라는 게임을 제작했던 허사비스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김 교수는 “십중팔구 게임중독 문제아로 찍혀 사라졌을 것”이라며 “허사비스가 알파고를 통해 세계 최고의 바둑고수 커제를 이긴 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진짜로 흥미진진하다(We Can’t wait to see what comes next)’라고 말 한 것이 각 분야에 고수들에게 보낸 경고 메시지였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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