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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남한산성' 이병헌 "최명길의 비통한 슬픔 표현"

2030 젊은 관객 지지받는 '흥행 보증수표'

영화보다 영화같은 현실, 드라마틱함에 매료돼 출연

화려하고 요란한 영화에 지친 관객에 묵직한 감동

실제 이병헌은 인조와 가장 닮아…결정은 주로 아내가

인생작은 '달콤한 인생', '번지점프를 하다', '내부자들'...





‘내부자들’, ‘광해 : 왕이 된 남자’, ‘마스터’ 등으로 잇달아 흥행에서 성공하면서 충무로에서 최고로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로 꼽히는 이병헌(사진). 또래 배우들이 최근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그가 여전히 ‘흥행보증수표’로 꼽히는 이유는 2030 젊은 관객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어떤 역할도 이병헌만의 연기로 관객들을 설득하는 것이 이들을 매료시키는 이유일 것이다. 3일 개봉한 영화 ‘남한산성’에서도 이병헌만이 재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최명길을 만들어내 관객들을 압도하고 있는 그를 최근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남한산성’은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청 대군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와 신하들 그리고 백성들이 혹독한 겨울을 보냈던 47일 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 내내 명길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눈물을 머금고 있듯 말이다. 명길의 정서가 무엇인가?

△연기의 주를 이뤘던 감정은 비통한 슬픔이었다. 여러 가지 형태의 슬픔이 있는데 이 영화는 묵직한 슬픔을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명길 역시 그런 역사적인 결정 역사적인 사건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슬픈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47일 간 그 비통함을 인조, 신하, 백성 그 누구도 잊어버리고 지내지 않았을 것 같다.

-패배의 역사다. 승리의 역사와는 다르게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쉽지 않아 흥행에도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 그럼에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역사를 고증한 것임에도 영화보다 영화 같은 현실,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매료됐다. 그리고 보통 특정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데 이 시나리오는 감정을 이입하는 대상이 여러 번 바뀌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매력이자 문제점일 수 있지만. 상헌과 명길의 이야기가 너무나 다 맞고 결국 누가 옳은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둘 다 너무 옳고 다르지만 결정하기 어려워서 더 슬픈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토씨 하나 바꿀 수 없는 역사의 무게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슬픔이 좋았다. 오리지널 시나리오였다면 통쾌하게 카타르시스 느껴지게 바꿀 수 있지만 바꿀 수 없는 역사가 주는 무게가 만들어내는 울림이 좋았다.

-아무리 ‘흥행보증수표’ 배우라고 해도 추석영화로서 상업적으로 이런 패배의 역사가 위험하지는 않을까?

△그게 차별점이다. 다양성으로 다가갔다. 화려하고 요란했던 상업 영화에 지친 관객 중에는 묵직한 슬픔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감독님이 처음에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영화를 보면 실제로 내가 그 장소에 가본 것처럼 공부하게 된다. 영화를 교육용으로 보자는 건 아니지만 어린 관객들이 우리의 역사를 안다는 측면에서 좋은 것 같다.



-가장 슬픈 장면은 무엇인가?

△인조가 삼전도로 나가 삼배구두(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찧는 것)로 용서를 비는 장면이 가장 슬펐다.

-가장 마음에 드는 신은?

△신을 찍을 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는데 ‘광해 : 왕이 된 남자’의 하선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자꾸 휘둘리지 말아야 겠다, 하선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다른 식으로 표현한 게 아니라 내 감정에 충실하려 했다. 명길이 늘상 차분하고 온화하고 감정 표현이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내 격서가 전달되기 전에 포화가 쏟아지고 남한산성에 있는 말들이 죽어가면 그보다 더 폭발력있게 열정적으로 표현하면 했지 덜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상헌과 격렬하게 말로 논쟁을 하는 장면, 처음으로 왕에게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직접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장면, 상헌이 날쇠에게 나루를 부탁하면서 절하는 장면 등도 인상 깊다.

-김훈 소설의 대사를 거의 살렸다. 현재는 쓰지 않는 어법과 단어들 어렵지 않았나?

△상헌과의 말싸움이 어떤 액션영화보다 치열하고 재미있었다. 지금은 쓰지 않는 말이라고 해도. 또 어떻게 생각하면 대사의 맛이나 의미를 생각하면 상헌의 대사가 멋있다. 제 대사는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 할 짓이 없고, 약한 자 또한 살아남기 위해 못 할 짓이 없는 것이옵니다”인데 상헌의 대사는 “어찌 한 나라의 국왕이 어찌 만 백성이 보는 앞에서 치욕스러운 삶을 구걸하려 하시느냐”다. 제 대사는 얼마나 참 구질구질해요. 그런데 당신 하나 치욕을 감내하고 오랑캐 발 밑으로 들어가면 만 백성을 구하는데 그거 하나 못하냐는 명길의 뜻이 보였다.





-상헌 역의 배우 김윤석과의 호흡은 어땠나?

-전작들을 봤을 때 불같은 배우라고 생각했고 역시 진짜 불같은 배우인 것 같다. 그런데 농담도 잘하고 말도 많이 해주실 때는 동네 형 같은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의외였다. 센 작품들을 워낙 많이 해서 무섭지 않을까 까칠하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편했다.

-지난해 말 올해 초 ‘마스터’, ‘싱글라이더’, ‘남한산성’. 올해만 영화 3편에 출연했다. 쉬지 않고 일하는 이유는?

△마음에 드는 작품이 계속 보인다. ‘진짜 우리 영화가 좋구나, 다르다’라고 느낀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명감독이 생기고 있다. 예전에는 왕가위, 장예모 감독이랑 찍고 싶다, 홍콩 배우들과 찍으면 좋겠다라고 부러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쩌면 홍콩, 중국, 일본 배우들이 한국 배우들을 부러워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극 중 캐릭터 중 실제 이병헌은 누구와 가장 닮았나?

△저는 인조같다. 결정장애 같은 게 있다. 누가 뭐 먹으러 가자 할 때 내가 내 주장을 하지 못하고 “아무거나”라고 대답한다. 우유부단하고 결정을 못한다. 예를 들어 의자를 바꾸려는데 가게에서 연락이 왔다. 어떤 색으로 할거냐고 그랬더니 색깔을 되게 많이 불러주더라. 그래서 그때 “그렇게 색깔이 많냐”며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결정할 때 와이프가 많이 한다. 이렇게 명길처럼 소신있는 사람 역할을 하면서 대리만족을 한다.



-차기작은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이다.

△주변에서 설득해서 출연을 결정했다.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의 손석우 대표가 김 각가 팬이다. 드라마 이야기를 해서 당황했는데, 손 대표 뿐만 아니라 지인들도 추천하더라. 드라마를 접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몰랐는데 ‘대사발’이 기가 막히다고 하더라. 절정기를 달리는 김 작가의 말을 내 입으로 연기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선택했다.

-올해로 데뷔 26주년이다. 인생 작품을 꼽아달라.

△영화 중에는 ‘달콤한 인생’을 꼽고 싶다. 그리고 ‘번지점프를 하다’, ‘매그니피센트 7’, ‘싱글라이더’, ‘내부자들’... 개인적인 느낌으로 고른 작품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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