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는 도시 일대의 최강자로 급부상한 신흥범죄조직의 악랄한 보스 장첸(윤계상) 일당을 잡기 위해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전일만(최귀화) 반장이 이끄는 강력반 형사들의 조폭소탕작전을 다뤘다. 영화는 2004년과 2007년 실제로 언론을 들썩이게 한 ‘왕건이파’와 ‘흑사파’ 사건을 모티브로 재구성했다.
평소 깔끔한 마스크에 부드러운 이미지가 돋보였던 윤계상이 ‘범죄도시’에 합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은인들’ 덕분이다. 그는 “저 같은 사람에게 악역을 준다는 게 업계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그 점에서 모두가 은인이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지질한 역 전문인 저에게 악역을 준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무엇보다 증명된 배우를 쓰는 게 안전하니까요. 제작자들은 책임을 져야 하니까 더 어려웠을텐데, 돈 앞에 작아지는 것 역시 무시 할 수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절 믿어준다는 것에 감사했어요. 사람의 마음을 먼저 믿는 게 순서인데, 결과적으로 나중 결과를 믿잖아요. 이 작품을 통해서 절 믿어주신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믿음’이란 천군마마를 얻은 윤계상은 온 마음과 온 힘을 다해 ‘범죄도시’에 몰입했다. ‘장첸’은 그 동안 등장했던 조직폭력배 두목 캐릭터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칼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장발의 ‘절대 악’이다. 죄책감이 절대 없는 ‘장첸’은 조직폭력배 캐릭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신도 없다. 한마디로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냉혈한 공포스런 분위기를 몰고 오는 악역이다.
“영화 속 장첸이 연기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공포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적인 감정이 없는 사이코랄까. 여느 영화 속 ‘조폭’ 캐릭터들과 비슷하게 가고 싶지 않았어요. ‘전설의 고향’을 많이 봤던 세대라 그런지, 남자가 머리가 길면 정서가 의심 되고 공포감이 생기더라고요. 머리가 길면 체격이 크든 외소하든 ‘보통 사람은 아니다’란 인상을 주면서 조금은 의심스러워 보이기도 하죠. 그 점에서 장발 아이디어를 냈어요.“
무엇보다 ‘장첸’은 전사 없이 악을 행하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이 그 어떤 연민을 느낄 틈도 주지 않는다. 그 속에서 긴장감의 강도는 더욱 높아져 간다. 이 모두 윤계상과 강윤성 감독이 고도로 논의한 끝에 나온 캐릭터이다.
“본질적인 악마성을 가진 이는 똑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요. 모든 게 도구로 쓰인다는 명확한 명분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 사람을 죽여서 난 돈을 얻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전사가 없기 때문에 아무 죄의식 없이 사람을 죽이죠. 멋있게 죽이지도 않아요.”
“장첸이 등장해 사람을 죽이기까지 긴장감이 감돌아요. 항상 포인트를 예상할 수 없어요. 그래서 더 무섭죠. 전사가 없는 캐릭터의 장점으론 연기를 할 때 신의 충실도가 높아진다는 점이요. 아주 기가 막히게 캐릭터를 다 쓸 수 있어요. 그 사람의 심리성만 파악하면 되거든요. 캐릭터에 충실해 이 공간의 심리적인 중심성을 끌고 오는 것에 집중했어요.”
윤계상이 연기변신에 성공할 수 있는 원동력으론 연기 스승 진선규도 빼놓을 수 없다. MBC‘로드넘버원’(2010)에서 진선규를 만난 윤계상은 진 배우의 연기에 반해 ‘형에게 연기를 배우고 싶다’며 집요하게 구애를 펼쳤다고 한다. 겸손한 진선규 배우는 ‘난 누구에게 연기를 가르쳐 줄 능력이 안 된다’고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의 매일 전화하고 쫓아다닌 윤계상의 끈기에 결국 마음을 열게 된다.
“‘풍산개’(2011)때도 레슨 영향이 있어서 좀 더 잘 할 수 있었어요. 형이랑 ‘범죄도시’를 같이 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형에게 계속 배우고 싶어요. 발전 될 수 있는 무언가 있다면, 하나보다 둘이 낫고, 둘 보다 셋이 낫잖아요. 사람은 한계가 있거든요. 선규형은 진짜 훌륭한 배우이자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입니다. 어느 때 어떻게 터질지 제일 궁금한 배우이기도 해요. 이 사람하고 있으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걸 절실하게 느끼게 돼요.”
진선규 배우의 영향 때문일까. 윤계상은 “한마디라도 좋은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선규 형은 굉장히 얌전하고 젠틀하면서도 말 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상대를 배려하죠. 그 마음이 상대에게 느껴지면서 치유가 되는 느낌입니다. 뭔가 좋은 약을 먹었을 때 느끼는 안정감이랄까. 연기적으로 안 풀려 힘들 때 형에게 앓는 소리를 많이 해요. 그럼 형이 ‘계상아 잘 했어’란 말을 해주는데, 그럼 걱정이 눈 녹듯 사라져요. 그 한마디가 그 어떤 위로보다도 따뜻해요.”
윤계상의 내면 속에서는 수 많은 자아가 있다. 가수 윤계상, 배우 윤계상, 친구 윤계상, 아들 윤계상, 반려견의 아빠 윤계상 등...그는 “자아를 많이 만들어 놨더니, 제 스스로 지치지 않더라”고 특별한 비법을 밝혔다. 집중도가 높은 반면 감정기복이 큰 편인 그가 지치지 않고, 오랜 시간 사랑 받을 수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밥을 먹을 때도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 위가 움직여요. 굉장히 몰입감이 세서 그런지 모든 에너지를 쓴다고 생각하는 순간 힘들어져요. 그래서 일상과 배우 및 가수 생활을 세분하게 다 나눴어요. 배우로서 윤계상을 쓰고 잠시 쉬게 하면 일상 속 윤계상으로 돌아와요. 영화 현장에선 정말 몰입하고, 집에 가면 강아지 똥을 치우고 산책해요. 그 순간이 진짜 좋아요. 그렇게 기억을 나눠요. 흔히 우리는 누군가에게 데미지를 얻고 나면 일상을 다 풀어버려 아무것도 못하게 하잖아요. 그럼 24시간이 망가지게 돼요. 그 뒤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진 않아요.”
성실한 배우 윤계상은 “자신에게 가장 솔직하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렇기에 “고생 한 만큼 결실이 있다”고 자신했다.
“시간이 걸릴 뿐이지 노력하면 결국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때 그때 잘 견뎌온 이라면 나중에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거라 봐요. 저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성공한 틀을 만들어 놓고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말라. 결국 때가 있다’란 말을 해주고 싶어요. ‘성공’이란 게 다른 모습으로 올 수도 있거든요. 그렇기 위해선 확인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놔야겠죠.”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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