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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전 다진법 소자·회로기술 개발...칩 소형·고속화 기틀 마련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박진홍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기존 시스템 비해 절반이하 전력으로 동일한 정보처리

인공지능·클라우드 컴퓨팅 등 전력소비 감소 길 열려

박진홍 교수는 흑린과 이황화레늄을 수직 결합해 전압이 오르면 전류가 낮아지는 새로운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 이 다진법 소자와 흑린 기반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해 2개의 소자로 3개의 논리상태를 갖는 3진법 부성미분저항(NDR) 인버터 회로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최근 빠른 처리속도와 많은 전력소모가 필요한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보급·확산됨에 따라 처리능력은 높이고 전력소모는 줄인 고성능 초절전 하드웨어 개발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로 선정된 박진홍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0’과 ‘1’ 두 개(2진법) 디지털 신호 조합을 전송하는 기존 컴퓨터 처리기술의 한계를 넘어 보다 적은 전력소모로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다진법 소자·회로 기술을 개발해 국내 반도체 기술개발 역량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박 교수가 개발한 3진법 초절전 반도체 소자·회로 기술은 반도체 칩의 소형화·저전력화·고속화에 활용될 수 있어 큰 기대를 모은다. 0, 1, 2, 3 등 3개 이상의 논리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다진법 논리소자와 회로는 2진법 논리 시스템에 비해 소자 간 배선과 소자 수를 줄여 절반 이하 전력을 쓰면서도 동일한 정보 처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 3진법 소자와 회로구성 전략은 4진법 이상으로 확장될 수 있어 다진법 논리 연산회로와 메모리 구현을 위한 기반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진홍(뒷줄 오른쪽)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경기 수원시 성대 자연과학캠퍼스에 위치한 차세대나노반도체소자 Lab에서 연구실 학생들과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박 교수팀이 개발한 다진법 기술은 서로 다른 소재의 수직결합, 독특한 전류적 성질, 새로운 회로 구현 방식 등 독창적 연구성과로 꼽히며 반도체 소자·회로의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박 교수는 “다진법 논리소자와 회로는 기존 2진법 논리 시스템에 비해 동일한 양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전력은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며 “다진법 소자기술을 컴퓨터에 적용하면 데이터 처리 전력이 50% 이하로 절감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결 이후 1년 만에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에게 완승을 거뒀는데 이는 단순한 반복학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 연습한 결과”라며 “이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머신러닝 기능을 활성화하려면 그만큼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팀은 원자 간 정전기 상호작용으로 결합한 고체인 2차원 반데르발스(vdW) 물질이 표면 결함이 거의 없고 다른 물질과도 자유롭게 접합해 다양한 이종접합구조체를 쉽게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차원 반데르발스 물질인 흑린(BP)과 이황화레늄(ReS2)을 도핑 공정(순수 반도체에 불순물을 첨가해 전도율을 높임) 없이 수직 결합시켜 전압이 오르면 전류가 낮아지는 부성미분저항(NDR) 특성을 갖는 독특한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다진법 소자에 흑린 기반의 트랜지스터 소자를 집적해 초절전형 3진법 인버터 회로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박 교수는 “전압 증가로 전류가 감소하는 특성을 가진 반도체 소자는 여러 반도체 물질을 접합시켜 만들 수는 있으나 실리콘, 게르마늄, 3-5족 화합물(갈륨비소와 갈륨질소) 등 일반 반도체 물질을 활용하면 원자 간 거리 값이 달라 다양한 접합 형태를 만들기 어렵다”며 “전압이 오르면 전류가 낮아지는 반도체 소자와 서로 다른 소재를 수직으로 쌓아 만드는 회로 개발 등 그동안 독창적인 연구를 진행해온 것이 빛을 발했다”고 뿌듯해했다.

박 교수팀은 최근 차세대 소재로 휘거나 투명한 디스플레이와 입는 컴퓨터에 적용할 수 있는 그래핀, 이셀레늄텅스텐(WSe2)을 수직으로 쌓아 빛과 전기신호에 동작하는 부성미분전달전도(NDT) 특성을 가진 소자도 최초로 구현했다. 이 소자는 빛을 쬐었을 때 특정 전압 구간에서 전압 증가에 따라 전류가 감소하는 특이한 현상을 보여 초절전 소자 연구의 초석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NDT는 빛을 조사한 상태에서 게이트 전압을 음의 방향으로 증가시킬 때, 즉 소자 상태가 ‘꺼짐’에서 ‘켜짐’으로 바뀔 때 특정 게이트 전압 영역에서 전류가 감소하는 특이한 현상을 말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새 소자의 독특한 성질을 활용해 전력을 설계·조절하는 논리회로 구현 방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회로와 시스템을 모두 3진법으로 바꾸기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어 당장 산업계가 채택하기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박 교수팀은 3진법 휘발성메모리(SRAM) 개념을 실험으로 증명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내 기존 2진법 휘발성메모리를 3진법 메모리 소자로 대체하는 1차적 접근을 통해 우선 일정 부분의 전력량 감소를 기대하고 있다. 박 교수는 “신개념 3진법 소자·회로는 초연결사회 실현에 필수적인 미래 반도체 소자와 회로의 소비전력과 성능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등이 지원해 이뤄진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6월13일 국제학술지 ‘ACS 나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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