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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등 고비용구조 심화...대기업 이어 中企도 脫한국 가속

해외로 떠나는 기업들

정부 관계자 "해외투자 꼭지로 봤는데...깜짝 놀라"

투자환경 획기적인 개선없인 '혁신성장'도 공염불





“깜짝 놀랐다.” 올해 들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를 놓고 정부의 한 관계자가 내놓은 촌평이다. 그가 놀란 배경은 이렇다. 우리 산업구조는 단순 조립생산품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가공하는 수준으로 진일보했다. 제조업 중심 국가의 산업발전 경로를 볼 때 기업의 해외투자도 정체기에 접어들어야 하는데 되레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도 놀랄 정도로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최근 들어 급속도로 늘고 있다.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4분기 61억5,900만달러였던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는 이후 50억달러대로 내려앉았다가 올해 들어 급작스럽게 100억달러를 뚫고 올라섰다. 연간 기준으로 봤을 때도 해외투자 기업의 증가 추세가 확연하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금액은 신고 기준 492억4,000만달러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규모가 컸다. 실제 기업이 해외로 송금한 투자금액도 352억5,000만달러로 역시 역대 최대였다.

반면 우리가 해외에서 유치한 투자실적은 올해 들어 뒷걸음질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2·4분기 누적 기준 해외 기업의 국내 FDI는 95억9,6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1% 감소했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는 이 같은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이 국내에 생산시설을 확충하려는 계획을 세운 중소·중견기업을 해외로 내몰 수 있다. 유턴기업지원법 시행 이전인 2013년 전라북도가 해외진출 제조기업 1,649개사를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인 고비용 구조’가 국내 복귀의 장애물이라는 답변이 43%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메이드 인 코리아’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개성공단에서 전체 물량의 80%를 생산하던 한 제조기업은 개성공단 폐쇄 이후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고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기업 대표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경쟁력은 잃겠지만 인건비 등 기업 환경이 국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며 “국내 공장의 인력은 과감하게 줄이고 베트남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도 중소기업의 탈(脫)한국을 부추길 수 있다. 세 부담에 대기업 등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길 경우 납품기업도 따라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수요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납품을 위해 해외에 동반 진출했다는 답변이 42.9%로 ‘생산단가 경쟁력 확보(21.0%)’라는 응답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문재인 정부가 뒤늦게 내놓은 혁신성장의 딜레마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을 더욱 고비용 구조로 만들어놓은 상황에서 해외로 나가는 기업의 투자를 붙들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우리 제조기업 1,299개사 중 0.4%인 5곳만이 한국으로의 이전 및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산업부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해외에 진출한 제조업체 중 국내에 모(母)기업이 있는 중소·중견·대기업 총 3,377개사를 대상으로 ‘해외진출 기업 유턴 관련 실태조사 분석’을 실시했다. 미리 시동을 건 소득주도 성장이 되레 혁신성장의 성공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 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사드(THAAD) 보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진출 기업들에서 극명하게 읽을 수 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전라북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의욕적으로 중국 진출 기업을 유턴시키려고 하지만 다들 인건비가 문제라고 답을 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2013년 산업부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 중 유턴이 가능한 업종의 기업 10%만 유턴시켜도 8만5,000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전망한 바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 탓에 우리 기업들이 다 나오려고 하는데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게 아니고 동남아 쪽으로 간다”며 “산업부 차원에서 유턴기업에 지원을 하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기업이 고비용 구조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투자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바깥에 있는 기업이 들어오고 국내에 있는 기업도 해외로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강광우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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