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의 개신교 단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종교개혁 500주년과 촛불혁명 1주년을 맞이해 오는 17일 서울 종로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종교 개혁 이후에도 권력에 학살당한 피해자의 넋을 위로하는 음악회를 연다.
NCCK 총무인 김영주 목사는 11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가진 ‘촛불민주화운동 1주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음악회-깊은 탄식 속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종교개혁은 완결된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지배·피지배의 구조에서 억압받던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음악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총무는 종교개혁의 의미에 대해 ‘군주에서 민중으로의 권력 이양’이라며 “결국 개신교의 기초는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음악회 소개를 맡은 김태현 목사는 “공교롭게도 올해 부활절은 4월16일로 세월호 참사일과 겹쳤고, 종교개혁기념주일은 10월29일로 작년 촛불집회가 시작된 날과 동일하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선포한 날인 오는 17일, 종교개혁 이후에도 안타깝게 학살당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음악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음악회는 총 8곡으로 진행되며 17세기 유럽의 30년전쟁, 19세기 미국의 흑인 노예, 20세기 1980년의 광주, 21세기 콩고내전의 네가지 학살에 대해 각각 ‘절망과 탄식의 노래’ 한 곡, ‘위로와 희망의 노래’ 한 곡을 헌정한다.
특히 이건용 전 서울시오페라단장이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넋을 애도하기 위해 작곡한 노래 ‘눈물비(Tear Renes)’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두 편의 시, 김남주의 ‘학살1’과 고정희의 ‘학살당한 이의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를 가사로 해 그 의미를 더했다. 또한 앙상블 트랜짓 플레이스(Transit Place)의 엘리자베스 홀머(Elisabeth Holmer)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진행된 ‘눈물비’ 초연에서 ‘관현아’, ‘상원아’, ‘종철아’, ‘한열아’ 등 열사들의 이름을 한국어로 직접 부르며 절규하는 어머니의 비탄을 표현했다.
한편 김 총무는 보수 성향 개신교 단체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행사들에 대해 “마치 생일잔치처럼 신도들 동원해서 세를 과시하는 행사는 종교개혁의 의미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총무는 “종교개혁이 마치 기독교의 생일처럼 묘사되는 게 안타깝다”며 “인류사회의 고통과 눈물의 현장에 교회가 참여하지 않으면, 교회가 목표를 잃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고 경고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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