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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세대교체] 이재용 '경영 쇄신' 신호탄...젊은 실무형·글로벌인재 전면배치 가능성

<상> '총수대행' 퇴진에 담긴 속내는

조기인사 통해 JY 색깔내기...느슨해진 조직 다잡을듯

사외이사 역할 확대...투명경영 등 혁신 의지도 담아

바이오·전장 강화...'삼성의 소프트웨어화' 탄력 예고





13일 오전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대표이사(부회장)의 전격 사의 표명으로 삼성그룹은 온종일 벌집을 쑤셔놓은 듯했다. 최대 분기실적 발표 2시간 만에 느닷없는 퇴진 선언으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충격적 방식도 놀랍거니와 ‘총수대행’을 맡아왔던 권 부회장의 사임은 역으로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급속 재편을 의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사건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올 2월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총수 공백 사태로 삼성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다. 반도체 슈퍼 호황에 묻혀 조직 기강,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동력 마련, 바이오·전장 등 신수종사업 관리, 계열사별 유기적 역할 등이 모두 느슨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 때문에 재계는 이번 사건을 이 부회장의 경영 쇄신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보는 분위기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삼성의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 셈”이라며 “어려운 여건이지만 삼성의 이재용 색깔 내기가 속도를 내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오너의 부재에도 삼성이 ‘뻔한 안정’ 대신 ‘험난한 미래’를 택했다는 얘기다.

◇세대교체 본격화=권 부회장이 임원으로 승진한 때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에 몸담은 지난 1987년에서 4년 뒤인 1991년이다. 권 부회장이 부회장 직함을 단 것도 2012년으로 이 회장 사람으로 분류된다. 특히 권 부회장은 사임의 변을 통해 “급격히 변하는 정보기술(IT) 산업의 속성상 이제는 후배 경영진이 나서서 쇄신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권 부회장의 단독결정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이 부회장의 뜻으로 읽힌다. 이 부회장의 그룹 쇄신 의지와 경영 방향에 맞춰 속도감 있게 업무를 추진할 인사를 중용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순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전자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으로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IT 세계에서 예전의 경영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이 부회장의)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며 “젊은 세대들이 전면에 포진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견했다.

◇조기 인사 등 조직 다잡기=삼성의 인사 공백은 심각한 상태다. 최순실 사태 여파로 지난해 12월 인사가 없었던데다 올 5월도 소폭에 그친 탓이다. 그간 시장에서는 삼성 계열사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계열사에 대한 총체적 조정이 안 되다 보니 ‘관리의 삼성’이 무색한 지경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내부에서 들릴 정도였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사건은 구심점이 흐트러지고 있는 삼성에 충격을 가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 안팎에서는 △실무형·글로벌 인재 △실리콘밸리식 경영에 정통한 인물 △과거 미래전략실에서 호흡을 맞춰본 인물 등이 중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명경영 과시 위한 사전 포석=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정관을 바꿨다. 핵심은 ‘등기이사가 아니더라도 이사회 의장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사외이사에게도 이사회 의장이 될 자격을 부여한 셈. 권 부회장은 사업부문 대표는 관두지만 내년 3월까지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와 의장직은 수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다음번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삼성이 투명경영 등 혁신 의지를 과시하고 오너 경영에 따른 비판적 여론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괜찮은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게 근거다. 만약 이 관측이 현실화되면 내년 2월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선고 이후 삼성의 운신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수세적 미래 먹거리 창출에서 탈피=이 부회장은 그룹 신수종사업 발굴을 총괄해왔다. 국내 최대 M&A였던 전장 기업 하만 인수를 비롯해 클라우드 기업 조이언트, AI 업체 비브랩스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그래서 반도체·가전 업체 삼성의 소프트웨어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권 부회장의 퇴진으로 이런 흐름은 더 빨라질 수 있다. 오너 부재로 인한 원초적 한계는 어쩔 수 없더라도 미래 먹거리 발굴과 관련해 수세적 접근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세대교체, 조직 다잡기 차원에서도 칼끝이 무뎌지고 있는 미래사업에 속도를 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상훈·신희철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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