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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한중 통화스와프 사드 고비 넘고 재연장

얼어붙은 한중관계 회복 신호탄?

정부, 국제 금융협력 늘려갈 의지





한국과 중국이 56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연장에 합의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지난 10일 만기를 맞은 뒤 3일 만에 나온 재연장 소식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꽁꽁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에 물꼬가 트이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10일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으로 3번째 연장된 한중 통화스와프의 규모는 560억달러, 기간은 3년으로 종전과 동일하다.

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맞교환할 수 있는 ‘약속’이다. 위기 시 외화를 끌어올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한중 통화스와프의 규모는 560억달러로 우리나라가 맺은 전체 통화스와프(1,222억달러)의 46%에 달하지만, 지난 10일 만기를 맞은 뒤로 연장 소식이 없어 결국 ‘사드 불똥’이 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이 총재는 ”기술적인 검토가 있어서“ 계약 연장 사실 공개가 늦었다며 “지난 10일 중국 측과 최종합의를 했고 11일부터 발효가 됐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도 “형식은 신규지만 (10일 합의가 이뤄졌으므로) 사실상 연장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가 늦어진 것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기술적인 이유란 게 정치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중 관계 회복 신호탄?

이번 통화스와프 연장이 사드 갈등으로 얼어붙은 한중 관계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김 부총리는 13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최악의 상황은 곧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당대회를 마치는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서서히 복원하는 출구전략을 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시장과 업계도 ‘사드 보복’ 완화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전날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시장에서는 사드 보복에 따른 피해가 컸던 화장품, 여행주 등 중국 소비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13일 4원30전 내린 1,128원90전에 마감하며 지난달 20일 이후 약 3주 만에 처음으로 1,130원 밑으로 떨어졌다.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는 의미다. 서울외환시장에서는 한중 통화스와프 재연장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우호적인 재료로 작용하면서 원화 강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이번 통화스와프 연장이 실질적인 사드 보복 완화 조치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상하이 푸단대 한반도연구중심의 차이젠 교수는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이 통화스와프를 연장한 것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한반도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양국 관계가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회의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김동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중 통화 스와프 연장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이번 계약 연장 결과 공개가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와 체결식 대신 한국 경제 당국자들의 약식 브리핑 형태로 대체됐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 총재는 이번 계약 연장과 관련해 체결식을 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그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중국 측의 불편한 분위기가 담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통화스와프 확대 등 국제 금융협력 강화 필요

그럼에도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은 북핵 리스크와 미국 통상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외환방어막을 다시 높였다는 점에서도 큰 성과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고 통화의 국제 호환성이 낮은 우리나라로서는 넉넉한 외환보유고와 경상수지 흑자 외에도 2차 방어선인 스와프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해왔다.

정부는 앞으로 더 많은 국가들과 금융협력을 강화해나갈 의지를 밝혔다. 싱가포르가 한 사례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 중인 김 부총리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헹 스위 키트 싱가포르 재무장관과 따로 양자 면담을 갖고 양국의 경제정책 방향과 금융협력 발전을 위한 공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면담에서 양국 장관이 경제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안전망 강화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의 독자 지원 범위 확대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CMIM은 한국·중국·일본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이 구축한 달러 기반 통화스와프다. 현재 전체 2,400억달러 규모에서 각국 합의만으로 쓸 수 있는 금액은 30%에 그쳐 40%까지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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