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정권 입맛따라 원전비중 고무줄..최상위 법정계획 '무용지물'

[국가大計 에너지정책 다시 짜라]

<2>유효기간 5년짜리 에너지정책





지난 2014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35년까지 원전의 설비 비중을 전체 발전설비 대비 29%로 낮추겠다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내놓았다. 5년 단위의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정책의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원전과 신재생을 양대 축으로 하겠다던 이명박 정부가 1차에서 세웠던 원전의 비중은 41%였다. 2차 들어 급격히 숫자가 낮아지자 사실상 탈(脫)원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었다. 유효기간이 아직 1년 넘게 남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원전을 아예 없애겠다는 선언을 했다. 당시 계획을 진두지휘했던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제1차 계획상 41%에서 시민단체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종의 절충점으로 찾은 게 22~29%였고 최종 결론은 29%로 났다”며 “내년에 제3차 계획을 세우기 이전까지는 에너지 정책의 근간은 제2차 계획에 두는 게 법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2019년 1월까지 ‘원전 29%’ 2차 계획 유효하지만

文정부, 법·절차적 정당성 무시한채 탈원전 추진

충분한 논의 거쳐 내년 3차 계획에 반영 바람직



최상위 법정계획을 무시하고 추진되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 세웠던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2035년까지 모두 43GW의 원전을 확보해야 한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2029년까지 38GW의 원전을 지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세우는 제8차와 2019년 제9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원전 4기 규모(5GW)를 추가로 지어야 하는 셈이다.

당시 전문가그룹과 정부가 원전의 비중을 29%로 맞춘 이유는 이렇다. 원전을 급격히 축소하고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위주로 전원 믹스를 구성할 경우 에너지 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가동을 모두 멈추고 이를 LNG로 대체한 일본은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했다. 2010년 6조6,000억엔에 달했던 무역수지 흑자가 2013년에 7조7,000억엔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무역수지 악화는 특히 우리나라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무역흑자는 잠재성장률 하락과 북핵 문제 등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이 같은 최상위 법정계획을 휴지조각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유효기간은 2019년 1월까지다. 하지만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신규 원전을 모두 백지화하고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원전은 차례로 문을 닫아 2080년께 원전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24일 국무회의에서는 원전 축소 방안도 의결할 예정이다. 당장 순서가 뒤죽박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 교수는 “탈원전 정책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내년에 수립할 예정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담겨야 하고 그에 따라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완성해야 한다”며 “정치인인 대통령으로서 (탈원전을) 말할 수는 있지만 행정 수반으로서는 이를 위한 법 규정과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정치적 선언만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준비도 충분하지 않다. 전력공급이 불안정한 신재생을 확대할 경우 이를 뒷받침할 안전판이 없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발전 설비예비율은 24.6%로 스페인(175.3%)이나 독일(148.6%) 등 신재생 선진국과 비교해 형편없는 수준이다. 신재생을 확대하는 데 드는 비용 추산, 그리고 원전을 대체하는 LNG 수급계획도 없이 원전 축소 로드맵을 확정하고 있다. 탈원전이라는 이념에 전력계획을 끼워맞추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백년대계’여야 할 에너지 정책이 유효기간 5년짜리로 전락했다고 우려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탈원전과 같은 에너지 전환 정책은 장기적 안목에서 짜야 하는 만큼 법적 근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탈원전을 했던 스웨덴도, 원전 비중을 75%에서 50%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짠 프랑스도 법을 통해 정책을 추진했던 것도 이런 이유”라며 “이런 법적 근거가 없으면 차기 정권에서 탈원전 정책이 재론될 가능성이 많고 그러면 또 우리 사회가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