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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침묵’ 최민식X정지우 감독, 인간 감정의 밑바닥을 세밀하게 긁어내다

영화가 끝나고 장르와 제목을 상기한다. 드라마 ‘침묵’. 이토록 가슴이 먹먹한 이유가 설명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침묵’(감독 정지우)이 24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최민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1999년 ‘해피엔드’ 이후 정지우 감독과 최민식이 18년 만에 재회했다. 그 자체로 영화팬들에게는 기대감이 높을 법한데, ‘침묵’은 ‘해피엔드’ 이상의 밀도와 완성도를 보여준다. ‘명불허전’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정지우 감독과 최민식이 만나니 또 하나의 역작이 탄생했다.

영화는 감독의 이전 작품처럼 ‘치정’을 발단에 놓는다. 그리고 임태산이 딸의 무죄를 어떤 방법으로라도 입증하기 위한 과정, 사건의 의심스런 지점들이 뒤엉키는 모양새를 통해 법정 스릴러의 전형으로 전개를 튼다. 하지만 중반 이후 김동명(류준열)과 CCTV의 존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와 분위기는 큰 전환점을 맞는다. 여기가 1차 포인트.

이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반전, 최후에 또 한 번의 반전으로 정지우 감독은 총 세 번에 걸친 변곡점을 심어놓았다. 그만큼 125분 안에 숨 돌릴 틈 없는 흡인력을 갖추게 된다. 그렇다고 관객을 끌어당길 요소를 재판 장면에만 쏟아 부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침묵’은 임태산의 고뇌, 변호사 최희정(박신혜)의 추적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 감정의 변화에 주목한다.

이것이 정지우 감독식 법정 드라마다. 이번에도 그는 인간 감정의 밑바닥을 세밀하게 치고 들어가 탐구한다. 인물 개개인이 보이는 행동과 특징에서 선단을 강조한 후 심리적 원인을 찾는다. 그토록 차갑던 임태산이 위기 앞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아빠의 새 여자와 딸의 갈등 등 인간 내면을 철저하게 훑는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모두가 격분하며 슬픔과 회한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 안에서 임태산은 “돈이 곧 진심”이라며 고집스럽고 일관된 태도를 고수한다. 가족의 위기에도 어쩜 저렇게 오만할 수 있을까 싶어 반감을 산다.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줄곧 ‘돈’을 강조하는 임태산은 그렇게 ‘침묵’에서 겉돌고 낭비되는 캐릭터로 전락하는가 싶다.

하지만 임태산의 이 같은 모습은 이야기의 핵심 장치로 활용된다. CCTV의 존재를 알고 위기를 기회로 착안하는 사업가적 기질이 발현되는데, 감독이 구축한 심리적 맥거핀이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작용해 극적 카타르시스뿐만 아니라 영화의 정서를 뒤엎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견고한 장치들로 ‘눈에 보이는 사실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잘 전달한다.



“장르가 최민식”이라고 감독이 극찬했듯, ‘침묵’과 임태산은 최민식 이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후반의 극적 반전을 위해 영화의 맥락을 숨기며 수위와 감정 조절을 지속하고 연기해야 했는데, 최민식의 스펙트럼과 집중력으로 입체적인 캐릭터가 완성됐다.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창밖을 보고 고민하는 장면이 은연중에 강조되는데, 최민식은 눈빛 하나만으로도 임태산의 심경을 고스란히 전한다.

최민식 외에도 모든 배우들이 ‘침묵’의 묵직한 울림에 강력한 힘을 실었다. 박신혜는 옅은 화장기와 수수한 차림을 통해 최희정 변호사의 착잡한 심경과 사건에 대한 몰입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면서 강단 있고 따뜻한 내면을 차분하게 표현했다. 지금까지 주로 선하고 매혹적인 이미지였던 이하늬는 ‘침묵’으로 깊이 있는 연기와 폭발적인 면모까지 가감 없이 쏟아냈다.

류준열은 유나(이하늬)의 팬 김동명 역을 통해 순수함과 광적인 면모로 극의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모두가 사건의 무게에 짓눌려 있을 때 류준열은 밝고 독특한 캐릭터로 극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검사 동성식 역의 박해준, 임태산의 외동딸 임미라 역의 이수경, 임태산의 비서 정승길 역의 조한철도 주연 못지않게 제 몫을 십분 발휘한다.

‘침묵’의 매력은 숱한 법정 드라마처럼 ‘범인 색출’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모든 실체가 밝혀지고 이후에 밀려드는 울컥한 감정에서 관객의 뇌리에 깊이 박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11월 2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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