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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 상무 경영권 위해...동부그룹, 금융계열사 동원 의혹

'생명' 동원 '하이텍' 지분 사들여

건설·철강 팔아 오너 경영권 약화

金상무 비금융계열사 경영 맡을듯





동부(012030)그룹이 창업자인 김준기 전 회장이 여비서 성추행 사태로 물러난 후 그룹 2세 경영권 안정을 위해 금융계열사를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 2003~2004년에도 김 전 회장의 아남반도체(현 동부하이텍(000990)) 경영권 유지를 위해 금융계열사가 동원돼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부생명은 7월 말부터 9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동부하이텍 지분 7만주를 장내매수했다. 동부생명이 보유한 동부하이텍 주식은 총 38만5,970주로 지분율은 0.87%까지 늘었다. 동부생명이 동부하이텍 주식을 매입한 것은 지난 4월부터다. 매일 7,500주씩 24회에 걸쳐 주식을 사들였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동부생명의 동부하이텍 지분 매입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다. 2004년의 데자뷔처럼 금융계열사를 이용해 오너의 경영권을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전 회장은 20여년 전부터 아들인 김남호 동부화재(005830) 상무에게 그룹 지분을 나눠줬지만 수년간 진행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경영권이 희석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연이어 진행된 계열사 매각으로 그룹 주력사로 부상한 동부하이텍의 경영권이 위협 받고 있다.

동부그룹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유동성 위기와 철강 등 업황 악화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동부제철(016380)(계열분리 2015년 5월), 동부건설(005960)(2015년 10월), 동부팜한농(2016년 4월) 등 핵심 계열사들을 연쇄적으로 매각했다. 이 때문에 현재는 금융 부문에서는 동부화재, 비금융 부문에서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동부하이텍이 주력 계열사로 부상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에 따라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 지분을 20% 가까이 소유해온 동부제철(8.1%), 동부건설(10.2%)이 계열사에서 떨어져 나가고 2015년 9월과 올해 4월 블록딜을 통해 보유 지분을 정리하면서 동부하이텍의 경영권이 극도로 취약해졌다. 한때 동부하이텍을 40%까지 보유했던 ㈜동부와 김 전 회장 등 대주주 지분이 2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동부생명의 잇단 주식 매입으로 대주주 지분은 연초 19.1%에서 19.56%로 소폭 확대됐다.

김 상무는 17세 때인 1991년 동부화재 주식 56만주를 받으며 주식 증여를 시작한 뒤 20년에 걸쳐 대규모의 지분을 받았다. 현재 김 상무는 동부화재 9.01%, ㈜동부 18.59%를 가진 개인 최대주주다. 경영은 김 전 회장이 했지만 소유는 이미 김 상무로 넘어갔다는 말도 나왔다.



동부생명의 동부하이텍 지분 확대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건설·철강 계열사의 경영권을 잃은데다 ‘알짜 회사’인 동부하이텍의 지분율마저 낮아지자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지분을 사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계열사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동부생명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동부하이텍의 지분을 늘렸다고 하지만 김 전 회장 퇴진과 김 상무가 나서야 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지분 매입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특히 금융통인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이 회장으로 선임되며 비금융계열사의 실질적인 경영은 김 상무가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과거 금융계열사를 이용한 사례도 의혹의 배경이 된다. 김 전 회장은 2003년 11~12월 아남반도체 주식 1.93%를 사들이기 위해 매각한 비상장사 실트론의 주식 33만주(4.9%)를 주당 4만8900원씩 모두 165억원에 팔았다. 주식매입자는 동부화재였다. 또 앞서 2003년 7월에는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이 아남반도체 주식 9.68%를 취득했다. 강제매각이 되긴 했지만 결국 지배권이 약화될 위기에 처한 아남반도체 주식을 사기 위해 동부화재 ‘고객 돈’을 활용한 셈이다. 금융계열사가 대기업 오너의 사금고로 전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비금융계열사를 ‘김 상무→㈜동부→비금융계열사’ 순으로 수직계열화해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했다”면서도 “매각에 수차례 실패했던 동부하이텍이 ‘효자 계열사’로 떠오르며 지분율 확대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금융계열사의 비금융계열사 지분 인수와 관련해 금융통합감독이 도입이 됐을 때의 검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위험 반영을 어느 정도 할지 논의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공정거래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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