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은행 역할을 하는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가 파생상품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대차와 증권대여·리서치 등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해외채권·부동산·메자닌 등의 글로벌 상품을 헤지펀드에 중개하고 상품화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증권사 PBS는 글로벌 상품을 헤지펀드운용사와 스와프 거래를 통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즉 글로벌 금융사로부터 상품중개(소싱)가 어려운 헤지펀드운용사가 증권사 PBS를 통해 투자 자산을 받는 형식이다. 이를 운용해 얻게 되는 투자수익은 증권사와 운용사가 서로 공유(스와프)해 일반 투자자에게 제공하게 된다. 최근 증권사 PBS들은 델타원(Delta.One)이라는 파생상품을 통해 헤지펀드들에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델타원은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대한 옵션 가격의 민감도를 말하는 델타가 1이라는 의미로 위험에 중립적인 상품을 말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PBS 경쟁이 델타원 잔액 경쟁 양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PBS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6개 증권사의 델타원 잔액은 5조2,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PBS인가를 받아 후발주자로 뛰어든 신한금융투자가 1조4,000억원의 계약액을 기록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신한금투는 지난 2012년 9월 롱쇼트 파생결합사채(ELB)로 불린 신한 ARS(Absolute Return Swap)를 만들어 롱쇼트 투자 열풍의 진원지로 부상하기도 했다. 3조원 이상의 기록적인 상품 판매액뿐만 아니라 라임·쿼드·타임폴리오 등 다양한 헤지펀드 운용사 및 자문사와 스와프거래를 맺고 있다. 임일우 신한금투 PBS본부장은 “PBS가 주식대차 기능뿐만 아니라 신생 운용사에 초기 투자금(시드머니)을 제공해 트랙레코드를 쌓도록 하고 운용사마다 적합한 상품을 중개해 특색 있는 헤지펀드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한금투와 PBS 계약을 맺고 있는 라임운용은 무역금융과 메자닌에 집중하고 있고 아이온운용은 프리IPO와 공모주 중심의 헤지펀드 운용을 시작했다. 그동안 주식 등의 대차 업무에 치중하던 PBS가 헤지펀드 육성과 개별 운용사의 상품 특화 등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한 셈이다.
PBS의 업무영역 확대로 기관투자가가 아닌 개인 고액자산가에게도 헤지펀드만으로도 분산투자가 가능한 포트폴리오 제공이 가능해진다. 증권사 PBS 관계자는 “그동안 펀드 설정액 기준의 시장 점유율 경쟁은 의미가 없다”며 “델타원 잔액이 운용사와 얼마나 많은 상품을 거래하고 있고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확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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