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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무늬만 벤처’ 이제 없어질까요

정부 혁신창업대책 발표…벤처기업확인제 관에서 민간 주도로

현재 기보 중심 벤처 확인이 대부분, 혁신적 사업모델 ‘진짜 벤처’ 찾기 어려워





지난해 말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내놓은 ‘2016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현재 3만1,100여개 기업 중 74.9%는 수출한 적이 없고, 98%는 투자 유치 경험이 없었다. 대부분이 글로벌 경쟁력이 없고, 매력적인 투자대상 또한 아니라는 얘기다.

이렇게 ‘벤처’답지 않은 벤처기업을 양산한 것은 정부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흉내 낸다고 1997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을 제정하면서 ‘정책 지원 대상 기업’의 이름이 ‘벤처’가 됐다. 이후 기술보증기금이 기술평가 보증·대출하는 기업을 벤처기업으로 확인해주면서 실제 혁신성이나 기술력보다는 재무적 안정성에 초점을 둔 기업들이 대거 ‘벤처’로 둔갑했다. 전체 벤처기업의 87%가 기보를 통한 벤처기업인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이 벤처기업들의 자랑인 ‘매출 천억클럽(2015년 기준)’의 상위 2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16곳(64%)은 대기업 계열사나 외국인투자기업, 업력 40년 이상 기업들이었다. 이들 기업이 진짜 ‘벤처기업’일 수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밖에 없다. 1조2,462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성우하이텍은 현대기아차의 오랜 협력사로 탄탄히 성장한 자동차부품회사다. 한국단자공업(1973년), 동진쎄미켐(1967년), 서연전자(1957년) 등도 우리나라에 ‘벤처기업’이라는 이름 자체가 없던 수십 년 전에 설립됐다. STX중공업과 동양시멘트, 동원홈푸드는 각각 대기업과 중견기업 계열사였다. 심지어 한국니토옵티칼은 일본에서 1918년 창업한 전기회사가 투자한 기업이다.

도전정신을 무기로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이 된 ‘진짜 벤처’ 기업의 성과를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런 ‘무늬만 벤처’ 기업들까지 전체 벤처의 성과로 치기에는 옹색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9만개(벤처 인증 경험 기업)에 달하는 벤처 확인기업을 뜯어보면 ‘무늬만 벤처’ 회사는 부지기수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6년 대대적으로 개편된 이후 현재까지 변화가 없었던 벤처기업확인제도 개편을 추진해왔다. 기보 등 정책금융기관이 벤처 인증에서 손을 떼고, 민간이 대신하는 게 뼈대였다. 지난 2일 발표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에서 공개된 벤처기업 확인제도 개편안은 기존 추진 방향대로 민간이 확인제도 중심에 선다.

먼저 대출·보증실적에 근거한 관 중심의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개편해 민간위원회가 벤처기업 확인 심사를 하도록 했다. 현재 벤처기업 확인제도는 기보와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담당하고 있는데 벤처인증이 기술이 아니라 재무제표 중심으로 재무적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으로는 선배 벤처기업이나 벤처캐피탈 등 전문가로 민간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기관 등이 추천하고 평가한 기업을 심사한다. 민간 주도 벤처기업 확인은 3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기보를 포함한 분야별 전문기관이 추천하고 16~20개 전문심사기관이 기술력과 연구개발, 투자 등을 평가한다.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는추천과 평가 결과를 놓고 심사한다.

정부는 대출.보증실적에만 근거한 관 중심의 벤처확인 유형을 폐지하는 대신 벤처투자.연구개발 유형을 확대하고 특히 신기술 성장 유형 벤처기업 인증 제도를 신설키로 했다. 더불어 서류작성 등 벤처기업 확인기간 연장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소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 인증이 남발돼 진짜 집중 지원이 필요한 혁신 기업을 도울 역량이 분산됐다”며 “민간으로 벤처 확인이 넘어가더라도 제대로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장치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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