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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과학 아닌 아트" 외치지만...김상조, 실언으로 '현실론' 빛바래

"재벌 혼내주고 오느라고..." 등

잦은 설화로 연일 구설수 올라

공정위 영역 밖 노사개입까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첫 내각 지명자다. 국무총리보다도 빨랐다. 그래서인지 그의 발언은 자신감이 넘쳤다. 경제관계장관회의나 청와대 등의 회의에서도 그는 “말을 주도해서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공정위 현안을 뛰어넘어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그의 철학을 설파하기도 한다. 가끔 그의 발언이 왜곡돼 전달된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길거리 혁명가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을 위주로 해 기업에 요구하고 정책을 펼 것”이라고 했다. “정책은 사이언스(과학)가 아니라 아트(예술)다”라는 말과 함께.

“한쪽이 좋아하는 정책은 정책이 아니다”라는 철학을 갖고 있는 김 위원장은 재계와 만남의 폭도 넓혀가고 있다. 기대치보다 낮은(?) 재벌개혁 행보에 대해 시민단체로부터는 지탄의 대상도 되고 있다. ‘변했다’는 지적들을 두고서는 “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을 위주로 할 것”이라는 말을 해당 부처 공무원들에게 하면서 수위조절을 한다고 한다. 현실에서 구사 가능한 정책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속내(?)와는 달리 순간 제어되지 않는 그의 과격한 발언이 전해지면서 ‘전체 판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국정감사 때도 그랬다.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은 “정부도, 대기업도 법보다 시장이 요구하는 데 유동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 두고 “문제가 있다. 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으면 어떡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유동적이 아니라) 유연하게…”라면서도 결국에는 잘못을 시인했다. 3선의 이 위원장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넘어갔지만 “상당히 뼈 있는 일침이었다”는 게 관가의 반응이었다.





재계와의 만남 등에서 그의 발언은 수위가 더 높아지곤 했다. 지난 2일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 늦은 김 위원장은 불쑥 “재벌들 혼내 주고 오느라고요(늦었습니다)”라고 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전 5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 만나 “기업들의 자발적 개혁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며 “12월 대기업 소속 공익재단을 전수조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직후의 일이다. 같은 날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두고 “사용자단체의 역할이 실종된 것 아닌가 하는 큰 아쉬움이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 역시 마찬가지다. 공정위의 영역을 넘어 ‘노사’의 관계설정까지 지적하고 나선 셈이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공익재단 전수조사가 대표적. 법 위반 행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공정위가 대대적으로 조사에 나설 근거가 공정거래법상 마련돼 있지 않다. 공정위의 조사 권한을 위시해 권한 밖에 있는 조사까지 ‘자발적 협조’라는 명목으로 기업들을 옥죄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행동해도 주어진 법 밖에서 행동하면 시장에서는 사실상 강압으로 느낀다”며 “공정위는 기업 조사 업무가 핵심인데 김 위원장이 조사보다는 정책이나 정치에 쏠린 것 같아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공정위원장의 독주에 여타 경제부처들 역시 불편해하는 표정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혁신성장에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 정부가 기업을 적대시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체계 개편, 금산분리,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등을 놓고서도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하는 데 대해 해당 부처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속내가 편치 않다는 얘기다. 5대 그룹 간담회 때 노사정 대화를 논의하는 것도 사실 고용노동부 소관이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말은 좋은 얘기고 맞는 얘기지만 문제는 그 역할을 자신이 다 하려 한다는 것”이라며 “다른 부처 소관 업무에 대해 부처별로 소통할 수는 있어도 언론에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오버슈팅과 언더슈팅을 어떻게 조절할 것이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영점 조정이 빈발하면 타깃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면서 “발언이 와전되지 않으려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서민준·빈난새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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