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 노벨상 시상식에서는 특이한 연구를 한 과학자들에게 상을 준다. 과학자들의 말이 너무 길어지면 사람들은 “너무 지겨워” 라고 말한다. 관객들도 무능력에 대한 오페라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 시상식은 뭔 가 대단한(?) 과학적 발견을 해낸 이들을 위한 자리다. 올해의 테마는 불확실성이다.
어떻게 보면 올해 이그 노벨상의 첫 진짜 수상자는 인터넷이었다. 프랑스의 유체 연구가 마르크 앙투완 파르댕은 인터넷에서 <고양이가 액체라는 15가지 증거>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견했는데, 이에 영감을 받아 시작한 연구로 올해 이그 노벨상을 타게 되었다. 파르댕은 자신의 논문 <고양이의 유동학>에서 어린 고양이가 늙은 고양이보다 더 유연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또한 주변 환경이 고양이의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과, 고양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썼다. “최근 일본에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고양이를 독립된 유체 체계로 볼 이유가 없다고 한다. 고양이는 주변 환경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전달하고 흡수한다. 실제로 일본의 고양이 카페에서는 스트레스가 쌓인 고객들이 고양이를 만지면서 스트레스를 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상은 좀 긴장이 풀어진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파자마를 입은 여섯 사람이 단상으로 나왔는데, 그 중 한 사람은 디제리두(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연주하는 길이가 긴 민속 목관악기)를 들고 있었다. 이들은 <폐쇄성 수면 무호흡 증후군의 대체 치료인 디제리두 연주>라는 논문의 저자들이다. 디제리두 강사인 알렉스 수아레즈는 연구자들에게 자신과 학생들이 음악 수업을 하면 피로를 덜 느낀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디제리두 연주자들이 낮에 졸음을 덜 느끼고, 연주자들의 배우자들도 야간 수면 방해를 덜 겪는 것을 알아냈다. 물론 디제리두 연주로 인한 주간의 소음은 이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수면 무호흡의 위험은 커지며, 귀도 커진다고 한다. 영국 의사 제임스 히스코트는 이 발견을 통해 이그 노벨 해부학상을 탔다. 인간의 귀는 매년 2mm씩 커진다는 것이다. “잘 살펴보면 젊은이가 귀가 큰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귀가 커지는 것보다 안 좋은 상황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 프랑스 치즈 중에는 참 역겨운 냄새가 나는 것이 많다. 올해 이그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연구팀은 프랑스 인구 중 치즈에 극한 혐오감을 느끼는 6%의 사람들의 뇌를 스캔했다. 이 상이 시상된 후, 관객들 중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일어나 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어났지만 안 그런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자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안 그런 사람들에게 야유를 보냈다.
치즈에 대한 강한 거부 반응은 유전적인 것일 수 있다. 때문에 만약 향후에도 이 문제에 대해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쌍둥이 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 4명의 이탈리아 연구자들은 쌍둥이 실험으로 인지상을 탔다. 이들은 일란성 쌍둥이는 자신들의 사진을 보고 누가 누군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 사진인지, 형제의 사진인지 분간이 안 된다는 것이다.
상을 받은 다른 과학자들 중에는 살아있는 악어의 존재가 인간의 도박 의지에 미치는 영향, 다리에 털이 난 흡혈 박쥐가 인간의 피를 먹는지의 여부, 뒤로 걸으면 커피를 쏟는지의 여부 등을 연구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그 노벨상은 흥미로운 주제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을 격려하고, 그 중 뛰어나고 야심찬 이들에게 상패와 10조 달러 짜리 수표(물론 가짜)를 내년 상으로 내걸었다.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에릭 마스킨은 “불확실성이야말로 유일한 진리다”고 말한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Ellen Airhart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