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미국 노동절 주말, 북한은 신무기를 공개했다. 크기는 미사일의 노즈콘에 들어갈 만큼 작았다. 그러나 그 힘은 140킬로톤, 즉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탄 <리틀 보이>의 10배에 달할 수도 있다. 이 열핵 탄두의 외피는 아무 것도 칠해지지 않은 맨 금속제였다. 마치 지금으로부터 67년 전 한반도 상공에서 결전을 벌였던 초기 제트 전투기의 외피 같았다.
실험 몇 시간 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두 개의 공을 하나로 합쳐 땅콩처럼 생긴 이 무기의 사진을 공개했다. 무기를 둘러싼 과학자들과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 뒤의 벽에는 이 ‘땅콩’이 미사일에 장착되었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도면이 있었다. 분석가들이 이 사진 속의 정보를 해석하는 동안 북한은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그 무기가 무엇인지를 세계에 보여주었다.
물론 실제로 핵실험에 사용된 장비는 사진 속의 그 작은 장비는 아닐 수도 있다. 초기의 열핵탄두는 정말로 크기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지금은 아니라 하더라도,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미사일 탑재 가능한 열핵탄두를 보유할 거라고 여기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 현지 시각으로 그 날 정오에 함경북도 어느산 지하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로서 그 땅콩이 북한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핵폭탄임이 입증되었다.
이 폭탄의 위력은 정확히 어느 정도인가? 확실하게는 말하기 어렵다. 지진파는 이 핵폭탄의 폭발력을 외부에서 측정할 수 있는 최초의 수단이지만 그 측정값은 현실에 입각해서 해석되어야 한다. 지난 2013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연구자들은 지진파 측정값과 핵실험 장소의 깊이, 주위 지형에 근거한 다양한 추정값을 내놓았다. 이 추정값들의 편차는 보정을 거쳐 줄어들었다. 그러나 폭발 규모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엇갈린다. 9월 3일 밤에 근무했던 지진학자들은 이것이 그저 큰 폭발이었다는 것 정도만 알았다. 그 후로 며칠 동안 폭발 규모에 대해 다양한 추정값들이 나왔다. 미국 정보 기관의 추측으로는 140킬로톤급이지만 사람에 따라 50킬로톤에서 500킬로톤까지 추측하는 내용이 다 다르다.
북한이 열핵폭탄을 폭발시켰다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열핵폭탄이라고 볼 증거가 처음으로 나왔다. 지난 2016년 초에도 북한은 핵실험을 했으나 그 폭발력은 3.35킬로톤 정도로 매우 작았다. 지난 2006년의 1킬로톤 규모의 첫 핵실험에 비해 조금 큰 정도였다.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르면, 당시 북한이 한 것은 잘해야 증폭형 핵분열 반응이었다고 한다. 폭탄의 핵분열 반응 직전에 소규모의 핵융합을 일으켜 통상의 핵분열 폭탄(1945년 일본에 투하된)보다 위력을 높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폭탄은 열핵 융합 폭탄, 즉 오늘날 핵병기의 표준으로 간주되는 폭탄만큼의 위력은 없다. <뉴욕 타임즈>는 원자폭탄과 증폭형 핵분열탄, 다층 원자폭탄, 열핵폭탄을 명확히 구분한 도표를 게재했다.
미국이 원자폭탄에 이어 수소폭탄을 보유하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소련은 4년이 걸렸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20년의 시차를 두고 원자폭탄 개발 및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했다. 중국은 불과 3년간 6번의 실험을 거쳐 원자폭탄에서 수소폭탄으로 넘어가는 데 성공했다. 설령 이 무기가 열핵폭탄이 아니라고 해도 그 파괴력은 100킬로톤이 넘는다. 열핵폭탄일 경우와 동일한 영향력을 갖는다.
언론인인 안키트 팬더와 MIT의 정치학 교수인 비핀 나랑은 이렇게 말한다. “9월 3일, 북한은 열핵폭탄 실험에 정말로 성공했는가? 전문가들은 지진파 자료, 대기 중에 나왔을 방사성핵종, 북한 측이 공개한 사진을 까다롭게 살피면서 그들이 주장하는 기술적 내용의 진실성을 검증하여 이것이 진짜 열핵폭탄 실험인지 또는 증폭형 핵분열폭탄 실험인지를 밝혀낼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 억지 용도로 봤을 때는 둘 중 어느 것이건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폭발력이 도시 하나를 초토화시킬만큼 큰지, 이 폭탄이 탄도미사일에 장착이 가능한지 여부다. 그리고 지진파 자료의 규모를 놓고 볼 때 북한은 분명 이 폭탄이 그만한 능력을 가졌음을 입증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 이전에도 1년 동안 다양한 무기를 실험했다. 그 중에는 탄도 미사일 실험 2회, 일본 상공을 지나간 중거리 미사일 실험 1회도 포함되어 있었다. 적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인기 없는 북한 정권은 열핵폭탄을 갖춤으로서 9번째 핵무장국이 되었다고 선포하고 핵억지력을 갖춘다는 정신 나간 논리를 따르고 있다. 이제 누구든 김씨 왕조를 북한에서 몰아내고 새로운 정권을 세우려면 수백만 명의 인명피해 없이는 안 된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인명피해에는 한국인 외에 다른 국적 사람들까지 들어갈 것이다. 실제로 북한이 보유한 장거리 미사일과 그 핵탄두는 어떤 관점에서 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는 북한에 인접한 대한민국과 일본 뿐 아니라 인도에까지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
그리고 북한 정권은 억지력, 그것도 매우 신뢰성 높은 억지력을 원했기에, 먼저 핵폭탄의 사진을 공개하고 핵실험을 진행한 다음 핵폭탄에 대한 기술 문서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스 기술연구소의 핵 역사가인 알렉스 웰러스타인은 “북한은 미사일 노즈 콘 안에 들어가는 땅콩 모양 핵폭탄이 있다는 주장을 통해 자신들의 안보를 추구하고 있다. 핵폭탄의 외피만 봐서는 누구도 그 안에 진짜 핵폭탄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그 속에는 젤리빈만 잔뜩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 세계에 자신들이 열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간주해 달라는 북한의 메시지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올해 미국 노동절, 북한은 미국 본토 도시에 열핵폭탄 탄두를 날려댈 수 있는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로 변모했다. 9월 3일의 사진 공개와 핵실험으로 인해 전 세계에 15,000발이나 있는 수소폭탄을 북한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이전에도 그런 나라는 있었음을 알고 있다. 소련이 핵탄두 탑재 가능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최초로 배치한 1959년 2월 9일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미국 도시는 핵폭탄의 조준을 받고 있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Kelsey D. Ather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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