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에 대한 꿈은 결코 작은 프레첼 봉지를 들고 길이 71cm짜리 좌석에 앉아 150명의 낮선 사람과 함께 움직이는 여객기 여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직물과 나무로 만들어진 초기의 항공기는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비행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조종사의 외골격이었다.
공기역학과 공학의 법칙으로 인해 항공기는 알루미늄으로 된 원통형 동체와 날개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공상과학 소설들은 사람이 등에 짊어지고 바로 하늘로 떠올라 일터에 안전하게 제 시간에 착륙할 수 있는 1인용 비행장치의 꿈을 계속 유지했다. 수 십년 동안 발명가들은 공상과학 소설 속 제트팩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했고, 제한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대중 시장용으로 실용화되어 세상을 바꾼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 올 9월 27일 발표된 보잉이 후원하는 <고플라이> 대회에서는 항공업계의 신제품이던 제트팩을 대중화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2년간의 대회에 참가할 사람들을 전 세계에서 모으고 있다. 상금은 합계 200만 달러다. 우승 조건은 한 사람을 싣고 연료 재급유나 재충전 없이 32km를 비행할 수 있는 개인용 비행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고플라이의 최고경영자이자 설립자인 그웬 라이터는 “오늘날 사람들은 하늘을 보고 ‘비행기가 날아 간다’라고 하지만 앞으로는 ‘사람이 날아 간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무한한 호기심과 현대 기술이 합쳐져야 고플라이의 꿈을 이룰 수 있다. 물론 공상과학 소설과 우주공간에서는 고플라이가 등장하기 수 십년 전부터 제트팩이 존재했다. 심지어 1950년대부터 1970년 대까지 미 육군은 개인용 비행장치 연구를 간헐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라이터를 비롯한 고플라이를 현대적인 제트팩 개발로 몰아간 것은 최첨단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첫 번째는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쓰이는 자율비행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비행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자동차는 2차원 운동을 하는데, 3차원 운동을 하는 제트팩에 자율비행 기술을 적용할 때는 극복해야 할 문제가 더욱 커지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배터리 기술도 발전되어 용량이 늘어났다. 라이터는 한 번 충전으로 1,600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완전 전기주행 버스의 사례를 들었다. 또한 무인기 세계에서는 값싸고 정밀한 안정 제어 기술을 가져왔다. 이 기술을 통해 항공기의 안정적인 수평 비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가볍고도 강한 소재들이 많이 나와 있으므로, 수 십년 전에는 꿈도 꿀 수 없던 플림프 같이 특이한 탈것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3D 프린팅 및 금속 프린팅 기술을 통해 태국의 사진사에서부터 샌 프란시스코의 해병대 상병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신속하게 새로운 제품의 시제품을 만들어 대기업이 아닌 곳에서도 기술혁신이 가능케 했다. 그것이야말로 고플라이가 얻고 싶은 잠재적인 기술 혁신이다. 대회는 3기에 걸쳐 진행된다. 제1기에서는 참가팀들이 2018년 4월 18일까지 서면 보고서와 사전 설계를 제출하면, 이 중 10팀을 골라 팀당 20,000달러의 상금을 준다. 2019년 2월 6일이 제출 기한인 제2기에서는 서면 보고서와 수직이착륙 시연이 들어간다. 이 중 가장 성적이 우수한 4개 참가팀에게 팀당 50,000달러의 상금을 준다. 중요한 것은 제1기 대회에서 상금을 받지 않은 팀도 제2기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시 제2기에서 상금을 받지 않은 팀도 제3기에 참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19년 10월 특화 코스 주변의 최종 플레이오프에 팀들이 초대된다. 우승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가장 작은 제품을 만드는 팀, 가장 조용한 제품을 만드는 팀에게 팀당 25만 달러의 상금을 주고 안전성, 크기, 소음, 속도 등을 모두 감안해 종합적으로 가장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팀에게는 100만 달러의 상금을 주는 것이다. 또한 첨단 기술의 와해성 혁신을 일으킨 팀을 위한 10만 달러의 특별 상금도 준비 되어 있다.
고플라이 대회는 항공업계의 대기업인 보잉이 후원한다. 이 대회는 유용한 비행기계에 상금을 주고 혁신적인 항공기술의 요람이 될 것이다. 참가팀은 항공 업계의 다양한 조언자들로부터 자문을 구할 수 있다. 라이터는 이 과정을 통해 자동차 업계의 포드, GM, 크라이슬러와도 같은 항공 업계의 새로운 혁신 기업이 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대회는 비행 기계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 장거리 비행용 제트기를 대체할 목적은 없다. 라이터는 그 점을 신속하게 지적해냈다. 출퇴근거리나 기타 근거리에 해당하는 32km 정도를 비행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이 대회에서 개발할 비행 기계의 경쟁자는 기존의 비행기가 아닌, 자전거나 모터사이클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2050년이 되면 미국 인구의 70%가 도시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이는 안 그래도 큰 부담을 받고 있는 인프라를 더욱 심하게 압박할 것이다. 라이터는 고플라이 대회에서 개발될 기계들은 수직이착륙을 할 작은 땅과 탁 트인 하늘만 있으면 비행할 수 있으므로, 교통 인프라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라이터는 “고플라이는 새로운 미래형 교통수단을 보여 주고자 한다. 교통체증을 완화할 수 있는 개인용 비행기계가 바로 그것이다. 이 교통수단은 사람들을 날게 해주는 유용한 물건이 될 것이다.”
제트팩과 개인용 비행기계는 언제나 ‘가까운 미래에 완성될’ 기술이었다. 본지는 이 꿈을 수 십년 동안이나 다뤄왔다. 1950년대에 로켓 날개를 다룬 것부터 시작해서, 팬 구동식 백팩, 부상자를 발생시켰던 단거리 비행 제트팩, 물길 기반의 워터제트 동력식 소방관, 심지어는 소형 호버링 보드까지도 다루었다. 그러나 이 중 어떤 것도 고플라이에서 요구하는 비행거리와 안전성은 물론 적절한 속도와 낮은 소음 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아직 개인용 비행 기계는 꿈이다. 그러나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적절한 여건이 주어진다면, 이 가까운 미래의 꿈은 어느날 현실이 될 것이다. 고플라이는 그것을 위한 촉매제가 되고자 한다. 기묘하고도 유용한 비행기계로 가득찬 새로운 기술 생태계를 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라이터는 “기묘한 기계를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그 마음 때문에 우리는 1초라도 더 오래 비행하기 위해 허공에 몸을 날리는 것이다”고 말한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Kendra Pierre-Lo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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