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스피커 간 경쟁이 체급을 가리지 않고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첫 인공지능 스피커 ‘웨이브’를 출시한 네이버가 지난달 26일에 소형 인공지능 스피커 ‘프렌즈’를 내놓으며 먼저 소형 인공지능 스피커를 내놓은 SK텔레콤(누구 미니)과 카카오(카카오미니)와의 경쟁에 뛰어들면서 소형 제품간의 경쟁도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후발 주자임에도 ‘디자인’과 ‘휴대성’을 장점 삼아 소형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 뛰어든 지 하루 만에 1만 대가 팔려나가며 인기를 끌고 있는 네이버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가 탑재된 ‘프렌즈’를 체험해봤다.
클로바 앱을 휴대폰에 다운로드 받아 와이파이를 연결하면, 네이버 뮤직과 연동돼 음악을 들려주고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수행한다. 캐릭터 가까이 다가가 부름말인 ‘클로바’를 외치면 스피커 하단부에 LED 램프에 녹색 불이 켜진다. 이 램프는 이후 사용자가 궁금한 점을 묻거나 음악 재생을 부탁할 때는 오렌지색으로 빛난다.
카카오미니와 마찬가지로 맥락을 이해한 질의, 응답이 가능한 점은 프렌즈 최대의 장점이다. 앞선 대화의 내용을 반영해, 꼬리를 무는 질문에도 바로 대답해준다. 예를 들면 “오늘 날씨 어때?”라고 질문한 뒤 대답을 들은 사용자가 잠시 음악을 듣다 내일 날씨에 대해 “내일은?”이라고 물어도 직전의 질문을 기억해 내일의 날씨를 설명해준다.
카카오 미니가 모기업 카카오의 모바일메신저 ‘카톡’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것. IPTV사업을 하는 통신사들이 셋톱박스로 인공지능스피커를 시작한 점에서 알 수 있듯 인공지능 스피커는 모기업의 성격을 반영한다. 프렌즈의 또 하나의 장점은 네이버가 강점을 가진 검색 기능이다. 이 검색 기능은 사용자가 어떤 노래를 듣고 싶을 때 제목을 완전히 기억하지 못해도 그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도와준다. 사용자가 “엘튼 존이 부른 라이온 킹 주제곡 들려줘”라고 말하면 프렌즈는 “엘튼 존의 ‘캔 유 필더 러브 투나잇’을 들려 드리겠습니다”라며 곡을 재생해준다. 다만, ‘누구 미니’와 똑같이 2개의 내장 마이크가 탑재돼 4개의 내장마이크를 탑재한 카카오미니에 비해 음성인식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건 아쉽다.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린 스피커 외관 디자인은 인공지능을 보다 친숙한 존재로 느끼게 한다. 프렌즈는 텀블러 모양에 이미 라인(네이버의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을 통해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라인프렌즈 캐릭터 샐리와 브라운을 입혔다. 캐릭터를 사용하지 않은 ‘누구 미니’, 직육면체 형태의 스피커에 카카오프렌즈 피규어를 얹은 ‘카카오 미니’와 비교하면 캐릭터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직관적이기도 하다. 스피커의 매끄러운 외관에서 유일하게 튀어나온 부분은 캐릭터의 ‘입’이다. 입 부분은 바로 액션 버튼 역할을 하는데, 누구나 이것이 손으로 누를 수 있는 버튼임을 직감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 브라운과 샐리의 입을 누르면 재생 중인 노래를 일시정지하는 등 간단한 조작이 가능하다. 아이 때문에 인공지능 스피커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프렌즈의 디자인이 가장 좋을 듯 하다.
또 다른 장점은 휴대성이다. 경쟁사 제품인 카카오 미니가 선을 연결하지 않으면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5시간 사용이 가능한 2,850mAh 내장배터리를 탑재한 점은 큰 장점으로 부각 된다. 텀블러 모양의 디자인은 차량의 컵 홀더에도 쏙 들어가 차 속에서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단 인공지능 스피커의 핵심기능은 음악 재생이라는 점에서 네이버 뮤직의 음원 경쟁력은 누구 미니와 카카오 미니의 멜론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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