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기재부가 국고채 매입(바이백)을 취소한 것에 대해 “초과 세수 활용과 관련한 일종의 리스케줄(재조정)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김 경제부총리의 해명에도 채권시장에서는 정부가 “신뢰를 깨뜨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세수 예측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 부총리는 이날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카페거리를 방문해 소상공인과의 현장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초과 세수를 국채 상환에 활용할 수도 있고 앞으로 발행할 물량의 발행을 안 하는 방법도 있으며 세계잉여금으로 돌리는 방법 등 다양하다”며 “전체 바이백 물량이나 발행 물량 등에 대한 계획을 조만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는 오는 22일로 예정된 1조원 규모의 국고채 매입을 비롯해 다음달 물량 매입 취소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채 상환에 바로 쓸지, 세계잉여금이 확정된 후 내년 초에 쓸지 전체적으로 지출 계획을 다시 한번 보겠다는 것”이라며 “돈 쓸 상황을 좀 보자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정부 해명에 시장은 안정세를 되찾았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3.4bp(1bp=0.01%포인트) 떨어진 2.177%로 마감했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는 깨졌다. 국내 대형 증권사 전문 딜러(PD)는 “기관끼리 구두로 한 약속도 쉽게 깰 수 없는데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엎었으니 향후 정부의 계획을 믿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외국계 은행도 마찬가지다. 한 딜러는 “한국물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 기재부는 매입 취소 후에도 PD 간사에게만 e메일로 해당 사항을 알렸을 뿐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금융계 관계자들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바이백 취소에 대한 해석도 여전히 분분하다. 우선 지난 9월 말까지 초과 세수가 18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바이백을 취소한 게 의아하다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기재부의 세수 예상이 빗나간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계산 실수를 일으켜 자금조달 계획이 꼬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 PD는 “금융업계에서는 신뢰가 생명으로 정부가 매입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약속을 스스로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기자 서지혜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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