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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高에도 적극 개입 않는 정부, 3가지 이유

① 내수 활성화 ② 外人자금 유도 ③美 환율조작국 눈치

"내수부양 효과 없고 수출 타격 땐 경제 충격만 커질수도"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하고 있는 17일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글로벌마켓영업부 딜러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호재기자








원화가 나흘 연속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이던 1,100원마저 깼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과 기업은 ‘외환 당국이 왜 환율 방어에 소극적’인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정부 환율정책의 변화는 투자는 물론 기업들의 수출정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원90전 내린 1,097원50전으로 장을 마쳤다. 이틀 새 원화 환율은 14원 넘게 떨어질 정도로 하락세가 가파르다. 하락의 힘이 워낙 강하자 외환 당국은 장 초반에 “환율 하락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1,100원대를 회복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당국의 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야금야금 하단을 받치면서 급격한 하락은 막았다”면서도 “과거에 비하면 개입 정도가 상당히 약해졌다는 신호를 시장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환율정책이 바뀌고 있다고 판단한 시장은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원화 강세가 미칠 부정적 요소도 많은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외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잘나가는 수출…내수 활성화, 외인 자금 유입에 방점 찍힌 외환정책=외환정책의 미묘한 변화는 수출이 두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게 결정적이다. 우리 기업의 제품 경쟁력이 높아져 환율 방어를 하지 않더라도 수출 전선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래서 내수부양에 더 집중하고 있다. 원화 강세는 내수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100%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나 철강 등의 수입물가를 낮춰 물가 안정과 구매력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 내수기업의 비용부담도 감소한다. 문철홍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모든 조건이 일정한 상태에서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에도 타격이 크겠지만 세계 경기가 개선되는 흐름하에서 원화 자산이 함께 강세를 보이는 경우 환율 자체가 큰 역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내수 확대 의지가 강한 새 정부는 자연스러운 원화 강세를 용인하면서 속도 조절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J노믹스’의 주축인 소득주도의 내수 중심 경제성장을 위해 과거 정부들과 달리 고환율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원화 강세는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이다. 경제 체력과 환율은 비례한 만큼 원화가 강세를 띨수록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좋다고 보는 게 맞다. 외인들이 한국에 투자를 더 늘리는 요인이다. 더욱이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은 달러 공급 증가로 이어져 원화 강세를 부채질하는데 이런 원화 강세는 다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원화와 달러 간 환차익을 노린 자금이 더 활발하게 유입돼 국내 유동성을 풍부하게 하기도 한다.

미국의 압박도 부담이다. 미국은 지난해 4월부터 4차례 연속 한국을 환율조작 위험이 높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우리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측이 통상 협상의 최후 카드로 환율 문제를 건드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현재 가파른 원화 강세에도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현재 원화 강세는 지정학적 위험이 줄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지금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화 강세=내수 부양’ 엇박자 땐 경제 충격만 커질 수도=문제는 원화 강세에 따른 효과가 정부의 바람대로만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내수 활성화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김 부장은 “원화 강세로 내수 구매력이 늘고 내수가 활성화될 수 있지만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비가 국내에서 이뤄지지 않고 순해외소비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물가 하락으로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줄어도 실제 제품 가격 하락이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여기에다 수출에는 악재다. 수출의 가치사슬 변화에 따라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환율 약세는 여전히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에 직접 타격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이뿐 아니라 원화 강세는 산업 전반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수출이 호조라고 하지만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황이 좋지 않다”며 “경쟁력이 약한 수출기업은 원화 강세에 따른 타격이 클 수 있어 불균형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빈난새·서민준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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