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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센서 두고 퀄컴과 싸우는 베프스… "중견 됐더니 R&D 지원 끊기더라"

[산업부 '중견기업 인재경영 좌담']
"경쟁력 높일 육성책 진공상태
인재육성 허브 구축 등 필요"

지문센서 두고 퀄컴과 싸우는 베프스… '중견 됐더니 R&D 지원 끊기더라'
산업통상자원부가 21일 서울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개최한 ‘중견기업 인재경영을 위한 지상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산업부
우리 정부가 자랑하는 강소기업 ‘월드클래스 300’에 이름을 올린 캠시스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난 2014년 초음파 지문인식 원천특허를 보유한 벤처기업 베프스를 인수했다. 초음파 지문인식 기술은 지문의 외형뿐 아니라 지문의 내피와 깊이, 혈류 움직임 등을 감지하는 보안기술로 센서를 독자 개발한 기업은 퀄컴 등 세계에서 3곳에 불과하다. 10월에는 글로벌 기업 TDK의 자회사인 SAE에 기술을 수출하기도 했다. 불과 8명으로 출발했던 회사는 3년 만에 98명을 거느린 탄탄한 기업이 됐다.

그런 베프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엉뚱하게도 ‘성장’이었다. 벤처에서 중견기업이 되면서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금을 수혈할 길이 끊긴 것. 박영태 캠시스 대표는 “벤처기업일 때는 R&D 지원을 받았는데 이제는 전혀 지원을 못 받는다. 그래서 기술보증기금에서 평가를 받아 200억원 정도 보증도 따냈는데 은행에서는 매출이 적다고 안 된다 하고 국책사업을 했는데 적자가 났다고 중단하라고 하더라”며 대한민국에서 중견기업을 꾸려가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주최한 중견기업 인재경영포럼 지상 좌담회에서는 이처럼 정책의 ‘회색지대’에 놓인 중견기업의 절절한 사례가 쏟아졌다. 이번 포럼 및 지상좌담회는 새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중견기업 정책의 주무부처가 된 산업부가 중견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처음으로 마련한 자리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이동욱 산업부 중견기업정책관은 “우리나라 중견기업은 3,558개로 전체 기업 수의 0.1%에 불과하지만 매출액의 17.3%, 고용의 5.5%, 수출의 17.6%를 차지한다. 바이오헬스는 수출의 53%, 항공드론은 43%로 대기업·중소기업보다 월등하다”며 “국내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라도 중견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중견기업 정책이 거의 ‘진공 상태’에 가깝다는 점이다. 단순 대기업 하청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게 R&D이고 그러자면 전문인력 확보가 성공의 열쇠인데 이게 어렵다는 게 중견기업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박영태 대표는 “중견기업 대부분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데 그걸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려고 스타트업도 인수했지만 그 과정도 굉장히 어려웠다”며 “조금만 뛰어나면 더 많은 월급을 주는 곳으로 이직해버리니 전문인력을 확보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산업의 근간을 떠받치는 뿌리산업도 마찬가지였다. 정유석 신흥정밀 대표는 “지난주 기능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에 뒤진 2등을 했다. 지난 올림픽에서 19번 우승했는데 충격이었다”며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인재상과 우리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괴리가 생기면서 인재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금형 등을 전문 분야로 하는 신흥정밀은 지난해 매출액이 2,089억원으로 근로자 447명을 거느린 건실한 중견기업이다.

전문가들이 꼽은 해법은 두 가지였다. 우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조류에 중견기업도 적응해야 한다는 것.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원장은 “중견기업도 직무평가라는 이성적 잣대로만 인재를 채용하는 데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삼성전자 직원의 이직률이 많이 높아졌는데 회사에 다니면서 재미나 프라이드 등의 정서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육성책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관영 포스코경영연구원 경영연구센터장은 “독일의 지멘스나 보쉬는 정부와 합동으로 중견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많이 한다. 미국의 올린공대도 학생과 기업이 1년짜리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며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기술인재 육성은 중견기업과 대기업 및 학교와의 협업을 유도하는 정책적 지원과 중견기업 인력 육성 허브를 구축하는 등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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