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우리나라 수출 물량이 지난달 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10월 초 사상 최장 추석 연휴로 조업 일수가 지난해보다 4.5일 줄어든 영향이 컸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10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 잠정치는 133.60(2010=10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했다. 수출물량지수가 하락한 건 지난해 10월(-5.4%) 이후 1년 만이다.
수출물량지수는 지난해 11월 플러스로 돌아선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처음으로 꺾였다. 10월 초 열흘 간의 최장기 연휴로 조업 일수가 평년보다 크게 줄어든 결과로 보인다. 지난달 조업일수는 지난해보다 4.5일 줄어든 18일에 불과했다.
여기에 10월초 장기 연휴를 앞두고 기업들이 추석 전 밀어내기로 9월 생산과 수출을 늘린 반작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월 수출물량지수는 19.6% 상승하며 5년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늘어난 바 있다.
권처윤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계절 요인을 줄이기 위해 9∼10월을 동시에 보면 증가율이 8∼9%에 달하고, 하루 평균 수출액은 10월이 24억9천만 달러로 전달(23억4천만 달러)보다 많다”고 말했다. 최정은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도 “지난달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면서 (수출물량지수 감소는) 예상됐던 상황”이라며 “11월에는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품목별로 보면 조업일수 영향이 비교적 큰 자동차, 일반기계, 섬유 등의 수출 물량 감소폭이 컸다.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을 포함한 수송장비는 19.5% 하락했고 섬유 및 가죽제품과 일반기계도 각각 21.5%, 6.3% 떨어졌다.
반면 생산 라인이 쉬지 않은 반도체는 지난달에도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D램, 플래시메모리, 시스템반도체가 포함된 집적회로는 30.2% 증가해 전달에 이어 30%대 큰 폭으로 뛰었다. 이를 반영해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 및 전자기기는 9.5% 올랐고 반도체검사장비 등 정밀기기도 8%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반적으로 수출이 준 일반기계 중에서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장비는 수출이 늘었다.
수출금액지수는 118.8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올랐다. 물량은 줄었는데 금액이 늘었다는 것은 수출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한편 수입물량지수는 123.9로 0.8%, 수입금액지수는 108.34로 9.7% 상승했다.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지난달 135.92로 3.4% 떨어졌다. 올해 3월 이후 첫 하락이다. 수출물량지수가 하락한데다 수입물가(8.9%)가 수출물가(7.3%)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편 한은이 집계하는 무역지수에는 가격 조사가 어려운 선박, 무기류, 항공기, 예술품 등이 제외돼 산업통상자원부가 통관 기준으로 매달 작성하는 수출입 실적과 차이가 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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