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기자가 기계에 올라선 지 1초 만에 3차원(3D) 얼굴 스캐닝이 끝났다. 방금 스캐닝한 3D 사진이 모니터에 나오자 얼굴 형태에 적합한 안경테 추천 목록이 떴다. 안경테를 선택하면 착용했을 때 어떤 모습인지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안경사 직원과의 상담을 통해 눈의 크기, 코의 높이, 귀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가장 편안하고 잘 어울리는 안경 디자인과 규격을 선택할 수 있다. 데이터는 본사의 3D 프린터로 전송된다고 한다. 3D 프린터가 하루 동안 출력을 마치고 표면만 다듬으면 고객의 얼굴에 딱 맞는 안경이 탄생한다. 벨기에 3D 프린팅 솔루션 기업 머티리얼라이즈와 일본 광학기기 제조사 ‘호야’가 공동으로 개발한 안경 제작 시스템 ‘유니쿠(YUNIKU)’의 실제 사용 모습이다. 권순효 머티리얼라이즈 세일즈매니저는 “3D 프린팅 기술과 시스템을 활용하면 안경 공장이나 재고를 쌓는 장소는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세계 최대 3D 프린팅 박람회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폼넥스트(formnext) 2017’에서는 이처럼 일반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와 제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벨기에의 또 다른 3D 프린팅 솔루션 기업 트위킷은 지난해 필립스가 125주년 기념으로 특별히 내놓은 한정판 전기면도기의 제작을 맡았다. 당시 필립스는 판매량을 125대로 한정했는데 구매를 원하는 개인이 직접 디자인과 색상을 선택하고 자신만의 문구를 25자 이내로 삽입할 수 있도록 했다. 트위킷이 설계를 맡은 이 한정판 제품은 출시 1주일 만에 모두 판매됐다고 한다. 트위킷 관계자는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과 희소성을 선사했기 때문에 높은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폼넥스트 2017’에서는 3D 프린팅과 관련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벤처기업을 별도로 선정하기도 했다. 독일 벤처기업 ‘다이맨션’은 3D 프린터로 제작한 플라스틱(폴리머) 소재의 각종 제품에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색을 입힐 수 있는 기기를 내놓아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세탁기와 유사한 기기에 제품과 잉크를 넣고 약 150분 가동하면 완전히 새로운 색상이 들어가게 된다. 다이맨션은 이러한 기술을 인정받아 지난 21일 독일 대표 3D 프린터 장비 생산 업체 EOS와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보통신진흥원(NIPA)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지원을 받은 10곳의 업체가 ‘코리아 파빌리온’이라는 공동 부스를 내고 행사에 참가했다. 이 밖에 개별적으로 5곳의 업체가 참여해 세계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두 번째로 폼넥스트에 전시관을 냈다는 헵시바의 김성복 3D솔루션사업부 이사는 “그동안 3D 프린터의 출력 품질 문제로 시제품(프로토타입) 생산에만 그쳤던 것에서 벗어나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양산 시장을 겨냥한 장비가 눈에 띄었다”면서 “앞으로 한국 기업이 기술 융합을 위한 타사와의 협력이나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시장 진입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프랑크푸르트=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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