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우리은행·NH농협금융 등 금융권 주요 협회와 은행의 최고경영자(CEO) 인선이 윤곽을 드러내고 피크를 이루는 ‘슈퍼위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 차기 행장 후보자는 손태승(59)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과 최병길(65) 삼표시멘트 대표로 압축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차기 행장 후보자 9명에 대한 1차 면접을 실시했고 최종 면접 대상자로 손 부문장과 최 대표를 선정했다. 두 사람 모두 관료 출신이 아닌 내부로 분류된다. 금융 당국의 기류가 “내부 갈등의 골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모두 안 된다”는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 부문장은 전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나와 한일은행에 입행했다. 현재 은행장 위임 업무 총괄 대행을 맡고 있고 내부를 다독이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무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면서 상대적으로 계파 갈등에서 중립적인 인물로 평가돼 노조를 비롯해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LA지점장 등을 거친 글로벌 분야 전문가로 상무 시절 우리금융지주에 파견돼 지주사 업무도 담당했다. 최 대표는 대구상고와 연세대 행정학부를 나와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우리은행 경영기획본부장, 중소기업고객본부장(부행장) 등을 지냈고 금호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0년에 삼표로 자리를 옮긴 뒤 삼표산업, 동양시멘트 등을 거쳐 현재 삼표시멘트 대표를 맡고 있다. 과거 박해춘·이종휘 행장이 선임될 때 후보군에 오를 정도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추위는 오는 30일 심층면접을 실시한 후 최종 후보자 1인을 이사회에 추천할 방침이어서 이번주 내로 차기 행장 내정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금융은 27일 3차 임원추천위원회가 열린다. 다음달 1일 4차 임추위가 예정됐는데 그 전에 차기 CEO 선정에 속도가 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농협은행·농협생명보험·농협손해보험·농협캐피탈 등 계열사 4곳의 CEO가 올해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데 은행과 손보는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NH농협은행장 쇼트리스트는 오병관 농협금융 부사장, 고태순 NH농협캐피탈 대표, 박규희 농협은행 부행장, 이창호 농협 부산지역본부장 등으로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농협은행장은 김주하 전 행장과 이경섭 현 행장 등 농협금융 부사장이 승진하던 관례가 이어져왔다. 다만 이번에는 고 대표가 캐피탈에서 거둔 실적에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과 같은 호남 출신이어서 급부상하고 있다. 박 부행장은 농업은행의 취약점이었던 기업투자금융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금융은 다음달 초 차기 CEO 선임과 함께 부행장 인사 등에서도 속도를 내 내년을 위한 조직 정비를 신속하게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은행연합회도 27일 이사회를 열어 차기 회장 후보군을 압축한다. 29일 전후로 사원총회 등을 열 계획이나 이르면 이날 차기 회장이 확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간 출신의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과 관료 출신의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의 2파전이 예상된다. 그간 거론됐던 홍재형 전 부총리는 대법원에 상고하기는 했으나 최근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점과 ‘올드보이’의 귀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발목을 잡고 있다.
생보협회는 30일 열리는 2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천식 전 수출입은행장, 금융감독원 출신의 박창종 전 생보협회 부회장, 유관우 전 금감원 부원장보, 진영욱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 관료 출신만이 하마평에 오른다. 이로 인해 주요 금융 협회 회장을 ‘관피아’가 독식하게 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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