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체 산업생산은 9월보다 1.5% 줄며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월(-1.5%) 이후 최대 낙폭이다.
광공업생산은 자동차(-11.3%)와 금속가공(-5.9%)이 고전하며 전월보다 1.1% 감소했다. 완성차 수출 부진과 자동차부품의 국내·외 수요 감소의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금속가공은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하며 작업량을 조절하면서 생산이 대폭 줄었다. 우리 경제에 효자 역할을 하는 반도체도 10월에는 0.7% 생산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석유정제와 화학제품은 각각 9.8%, 3.8%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부동산·임대(-15.2%), 도소매(-3.6%) 등이 줄며 전달보다 1.7%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만 따졌을 때 감소 폭은 2011년 2월(-2.1%) 이후 가장 크다.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매매와 전·월세 거래량이 줄며 부동산중개업이 부진했고 장기연휴로 자동차 판매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소매판매지수도 2.9% 줄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3.6%)와 통신기기 등 내구재(-2.0%), 의복 등 준내구재(-2.1%)가 모두 줄었다. 연휴를 앞두고 음식료품을 미리 사들인데다 9월과 11월 최신 스마트폰 출시로 중간에 낀 10월 중 통신기기 판매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14.4%나 감소했는데 2012년 6월(-17.8%)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이 957만달러를 기록해 9월(1,670만 달러)보다 많이 감소한 탓이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주요 반도체업체가 3·4분기보다 4·4분기에 더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므로 연말까지는 좋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심리지표도 덩달아 악화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4포인트, 미래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우리 경제는 9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개선되는 ‘트리플 상승’을 맛봤지만 한 달 만에 ‘트리플 하락’이라는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9월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와 장기연휴로 조정을 받았지만 전반적인 회복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기재부 말대로 10월의 특수한 상황을 제거하기 위해 9~10월 두 달치 지표로 따질 경우 소매판매는 8월 -0.8%에서 9~10월 1.6%로, 전 산업생산도 8월과 9~10월 보합세를 유지한다.
그러나 경기를 회복세라고 판단할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9월 반등에 따른 기저효과와 10월 장기연휴를 고려하더라도 광공업생산 둔화 조짐이 뚜렷해졌고 미래 선행지표도 꾸준히 떨어지는 등 반갑지 않은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9~10월을 합쳐 보면 추세가 꺾이지는 않았지만 광공업생산은 8월보다 낮아지는 등 둔화 조짐이 보인다”며 “가동률도 추세상 떨어지고 있는 만큼 주의할 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낙폭이 커 보인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 부진이 이어지는 만큼 회복을 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올해 슈퍼 호황을 누린 반도체 부문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고 최근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 업종의 이익이 떨어질 수 있는 점, 여전히 부진한 조선업종 등 우리 산업기반이 여전히 불안한 점도 앞으로 경기회복세에 장애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내년 이후 산업별로 악재가 있는 만큼 좀 더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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