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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재난대책, 이번만은 제대로 만들자

최수문 사회부 차장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잘 고쳐야 다시 목축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오히려 재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속담만도 못하다. 소를 잃고 나서도 외양간을 잘못 고쳐 다시 소를 잃고 또다시 외양간 고친다고 법석이다.

지난 11월15일 포항 지진을 겪은 정부는 이재민 대피소 운영을 두고 허둥거렸다. 사생활 보호용 칸막이는 18일에야 배부되기 시작할 정도였다. 기존의 ‘재해구호계획 수립지침’에 막연하게 규정돼 있는 이재민에 관한 사항을 분리해 ‘이재민 실내구호소 운영지침’을 만들기로 한 것은 다시 열흘이 흐른 28일이었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때는 이재민이 없었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 해명이다.

경주 지진을 겪고 나서 지난해 12월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만들었다. 건물의 내진 보강이 관건이었다. 재정을 투입해 오는 2020년까지 공공기관의 내진율은 54%까지 확대하고 민간 건물에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포항 지진에서 크게 도움이 안 됐다.

특히 이번에는 학교가 문제였다. 지난해 9월 ‘방재대책’에서 학교 내진 보강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명목으로 매년 2,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기존의 673억원에서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 돈의 상당수는 노후한 학교시설물 개선에 사용되고 정작 순수한 내진 보강은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말 현재 공공건물의 내진율은 43.7%지만 학교는 23.1%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는 별도의 학교 내진 보강 전용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나섰다.



하이라이트는 ‘지진방재 5개년 종합계획’이다. 현재 정부는 제2차 종합계획을 작성하고 있다. 어이없게도 1차 종합계획의 대상 기간은 2015~2019년이다. 예정대로라면 2차 종합계획은 2020년에 시작해야 하지만 2018년으로 앞당겼다. 1차 종합계획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2차 종합계획은 당초 경주 지진 대책으로 작성됐지만 이번에 다시 고치고 있다고 한다. 연내 수립은 물 건너가고 내년에야 나올 예정이다.

우리의 ‘외양간’은 끊임없이 수리되고 있다. 한 번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뒤 한반도에서도 대형 지진이 이미 예견된 상태다. 지진이 끊임없이 역대 최대치를 갱신해 대책 수립이 쉽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는 ‘지진대국’ 일본이라는 반면교사가 있다.

물론 정부만의 책임은 아니다. 포항 지진 피해의 대부분은 부실 건물들 때문이었다. 꼭 내진 보강을 하지 않더라도 제대로만 지었다면 무사할 수 있었다. 정부가 내려주는 인센티브가 아니라도 국민 각자 자신의 재산은 스스로 지킨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재난안전 무대책은 지난주 말 발생한 인천 낚싯배 전복사고에서도 드러났다. 바다낚시 인구의 급증과 낚싯배의 막무가내식 영업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요즘은 TV에서도 바다낚시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대책을 이제야 세운다고 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고쳐야겠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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