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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인류 난제에 도전하는 선한 창업가들

■빅 프라블럼에 도전하는 작은 아이디어

모두를 위한 기술연구 모임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영유아 돌연사 증후군 막기 위해

실시간 체크 웨어러블 만든 '올비'

종이 한장으로 물 100ℓ여과

드링커블 북 개발 '폴리아 워터'

혁신으로 세상에 빛 비추는

착한 스타트업 32곳 소개





영유아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한 ‘올비’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자동차 사고를 방지하는 기술을 도입한 ‘브레인포카즈’


치매 노인을 위한 신용카드를 만든 ‘트루 링크 파이낸셜’


누구나 한 번 쯤 꿈을 꾸지만 막상 도전하기는 쉽지 않은 분야가 있다. 바로 창업이다. 꼬박꼬박 월급 나오는 직장의 안온함에 젖다 보면 ‘나만의 아이템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리라’는 젊은 날의 꿈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다. 사업 실패로 패가망신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용기가 꺾이기도 한다.

‘빅 프라블럼에 도전하는 작은 아이디어’는 이런 불안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일념 하나로 망망대해와도 같은 창업의 세계에 뛰어든 스타트업 기업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삼성경제연구소 내의 연구 동아리인 ‘모두를 위한 기술연구 모임’이다. 이 책이 주목하는 대상은 그저 반짝반짝 빛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성공을 거둔 회사들이 아니다. 저자들의 레이더망은 빅 프라블럼, 즉 인류가 당면한 최대 난제를 해결하려는 야심을 품은 기업가들을 조준한다.

책의 몸통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질병과 삶의 질 저하’,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경제적 불평등 심화’, ‘폭력과 범죄 증가’가 그것이다.

먼저 질병. 갓난아기를 자녀로 둔 부모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여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12개월 미만의 영아가 수면 중 특별한 질병 없이 갑자기 사망하는 ‘영아 돌연사 증후군’은 매년 우리나라에서만 200명 이상의 아기를 죽음으로 내몬다. 2015년 미국에서는 무려 3,700명의 아기가 돌연사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올비’라는 스타트업은 아기에 대한 걱정으로 밤을 지새는 부모들의 고충에서 착안해 영유아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알려주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했다. 이 기업은 웨어러블 기기로 모니터링한 아기의 데이터를 분석해 아이에게 특화된 맞춤형 육아 정보도 제공한다.



책 2부에 등장하는 ‘생명을 구하는 책을 만드는 회사’의 사례도 흥미진진하다. 전 세계 8억명에 가까운 인구는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간다. ‘폴리아 워터’는 대장균과 콜레라균 등 유해한 박테리아를 99.9% 제거하는 종이 필터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은나노 입자로 코팅된 종이 필터를 자그마한 상자에 끼워 넣고 오염된 물을 부으면 깨끗하게 정수된다. 이 얇은 종이 한 장으로 무려 100ℓ의 물을 여과할 수 있다. 한 장씩 뜯어서 사용하면 되는 종이 필터를 20장 모아놓은 제품이 바로 ‘드링커블 북(마실 수 있는 책)’이다.

‘SST’는 미국의 총기 사고로 인한 희생자를 줄이려는 선의(善意)를 품은 젊은이들이 뭉친 회사다. 이 기업은 총기 발사나 폭발로 의심되는 소리가 감지되면 3개의 센서로 음파의 강도와 시차를 분석해 발사 지점을 찾아낸다. 이들이 포착한 발사 지점은 즉시 해당 지역의 관할 경찰서로 보내진다. SST의 기술은 현재 미국 60개가 넘는 도시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코네티컷주의 뉴헤이븐은 이 기술을 도입한 후 총기 사고 건수가 38.5%나 줄었다고 한다.

이밖에 졸음 등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한 ‘브레인포카즈’, 치매 노인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만든 ‘트루 링크 파이낸셜’, 미세한 소리까지 감지하는 기술로 일반 가정에 적용되는 보안 솔루션을 업그레이드 한 ‘코쿤’ 등의 사례도 독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문장들이 깔끔하고 정확해 술술 잘 읽히는 것이 책의 최대 장점이며 8명이 함께 작업한 저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저술의 통일성이 느껴지는 것도 놀랍고 신기한 대목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양면적인 감정이 솟아오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답답하지만 낙담하지 않는 아름다운 기업인들이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마음 한구석이 따스해진다. “착한 심성의 친구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기술 혁신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나선 스타트업의 도전이 성공하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서문은 책 전체를 꿰뚫는 핵심 정서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씁쓸함도 남는다. 책이 소개하는 32개의 기업 가운데 ‘올비’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상 해외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외국 기업들이다. 창업을 통한 혁신 성장은 아직도 우리에겐 머나먼 미래일까. 고민이 깊어진다. 1만5,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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