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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손이천의 경매이야기]세계 3점 뿐인 채색본 대동여지도...애프터세일로 국내 소장가 품에

조선의 구글맵 대동여지도

22권 완질로 보존상태도 양호

추정가 25억에 나왔지만 유찰

대동여지도 탄생 초석된 동국지도

전국도 1장에 팔도분도로 구성

24일 케이옥션 정기경매 선봬

지난 2016년 추정가 25억원에 경매에 나왔던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22권의 책으로 나뉘어 휴대가 가능하고 군현별로 색을 달리해 표현했다. /사진제공=케이옥션




예나 지금이나 지도는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세계를 눈 앞에 보여주는 수단으로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기술발전으로 등장한 구글맵(구글에서 운영하는 지도)은 과거에 비해 우리가 일생생활에서 경험하고 적용하는 방식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기존의 경계와 공간을 해체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인간의 경험을 확장시켰다.

지금처럼 통신과 정보의 공유가 활발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지도의 역할이 더욱 중요했다. 아마도 조선시대에는 고산자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가 구글맵만큼이나 혁신적이지 않았을까. 지도는 행정적·지리적 자료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자료이기에 그 제작은 금기시된 적도 있다. 그럼에도 김정호는 전국 각지를 누리며 산과 들, 길을 기록해 지도를 만들었다. 그 공로로 고산자 김정호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나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만큼 유명하며 얼마 전에는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대동여지도’는 우리 역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런 대동여지도가 지난 2016년 6월 케이옥션 경매에 올랐다. 필자가 작품을 접하고 가장 놀랐던 것은 대동여지도의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세로 6.7m, 가로 3.8m, 세우면 약 3층 높이의 건물에 달하는 크기의 대동여지도는 전체 지도를 22권의 책으로 나눠 제작하고, 각 책을 병풍처럼 펴고 접을 수 있도록 만든 분첩절첩식(粉帖折疊式) 지도이다. 이 22권의 책을 모두 펼쳐 연결하면 대형 전국지도가 완성되며, 특정 지역 지도만 따로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분첩해 만들었다. 특히 서울에 해당하는 한성부는 상세 지도가 별도로 추가돼 있다. 게다가 경매에 출품됐던 대동여지도는 군현별로 다른 색이 칠해진 소위 ‘채색지도’로 지역별 그 범위와 경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채색을 위해서는 매우 전문적인 지리 분야의 지식이 필요한 만큼 그 당시 화원이 아닌 김정호가 직접 채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채색 대동여지도는 미국 밀워키대학과 하버드 엔칭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을 포함해 전세계에 3점뿐이며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본이 경매에 출품됐다. 현재 대동여지도는 국내의 20여개 기관에서 소장 중이며 이 가운데 3점이 보물로 지정됐을 만큼 중요하고 사료적 가치가 높다. 특히 경매에 출품된 채색본 대동여지도는 보존 상태도 매우 좋았으며 22권 완질로 현존하는 대동여지도 중 완성도 면에서도 최고로 꼽혔다. 추정가 25억 원에 경매에 오른 것이 아쉽게도 유찰됐지만 애프터세일(경매 후 개인거래) 형식으로 익명의 국내 소장가에게 팔렸다.

오는 24일 경매에 오르는 정상기의 ‘동국지도’. 18세기 조선의 국토를 상세하게 보여주며 영조의 명에 따라 모사본이 제작된 중요한 사료다. /사진제공=케이옥션




오는 24일 열리는 케이옥션의 올해 첫 정기경매에는 대동여지도 탄생의 초석이 된 ‘동국지도’가 선보인다. 제작자 정상기(1678~1752)는 18세기 지도의 대가로 불리는데 과거를 보고 관직에 오르는 길을 택하지 않고 은거하며 실학을 추구하는 데 평생을 헌신했다. 그의 저술은 정치·경제·국방·군사전략·의학·농학·기계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지만 지도로 가장 유명하다. ‘동국지도’는 정상기의 아들인 정항령이 1757년 영조 임금에게 보이기 위해 정식으로 궁중에 반입됐다. 지도를 열람한 후 감탄한 영조가 제작을 명한 모사본이 홍문관과 비변사에 보관돼 전한다.

“나라의 지형이 손바닥을 들여보는 것처럼 분명하다. 내 칠십 평생에 백리 척 지도는 처음 보았다.” -조선왕조실록, 1757년(영조33) 8월 6일

정상기의 ‘동국지도’는 한 장의 전국도와 여덟 장의 팔도분도로 구성돼 있다. 산이 많고 길의 굴곡이 심한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에 맞게 평지는 100리(약 40km)를 1척으로 굴곡이 심한 곳은 120~130리를 1척으로 차등을 두는 백리 척 작도법을 도입한 최초의 지도이다. 그 뿐 아니라 왜곡된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을 자세하고 정확히 표현하며 국경을 구분해 조선 국토의 모습을 현대지도에 가깝게 담아냈다. 동해에 울릉도와 독도를 명확히 그려 우리 고유 영토임을 증명해 두었다. 또한 도로의 중요도에 따라 붉은 실선의 굵기를 달리하고 산성, 봉수, 고갯길 등 다양한 기호와 도별로 다른 색을 사용했다. 여기다 2,200여개의 지명을 알기 쉽게 표기함으로써 행정·군사적 활용도를 높인 지도이다. 정상기는 ‘동국지도’ 서문에 “지금껏 나온 지도는 산천 거리가 모둔 실제와 맞지 않다. 마치 어둠 속을 여행하는 것과 다름없기에 이를 매우 유감스럽게 여겨 이 지도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정밀한 측량 결과를 바탕으로 축적의 개념을 명확히 지도에 표시하고 사용하여 위치를 정확히 표현한 정상기식 ‘동국지도’는 18~19세기 크게 유행했으며 아들인 정항령과 그 후손들에 의해 수정·보완되어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도로 자리잡았다. 또 약 100년 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탄생을 이끈 최초의 근대지도로 조선 후기 지도제작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 됐다.

/케이옥션 수석경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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