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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上善若水<상선약수>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주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물처럼

무한 경쟁의 현대 사회 속에서

질주의 속도 제어하는 지혜를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동양학 교수




시골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산업화와 근대화가 진행될 때 농촌과 어촌은 도시에 비해 낙후된 곳으로 여겨졌다. 시골은 생계를 해결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없어 사람답게 살기에 적절하지 않은 곳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시골을 뒤로하고 도시로 떠났다. 도시는 시골에서 무작정 또는 청운의 뜻을 품고 이주한 막대한 인력을 흡수해 급격하게 성장했다. 그 결과 서울과 경기의 수도권은 남한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과밀 지역이 됐다. 이렇게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되자 정부의 기관을 지역으로 분산 배치하거나 혁신도시를 육성해 전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야기하기에 이르렀다.

수도권에 많은 사람이 집중해 살게 되자 이제 시골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게 됐다. 산업화 시대에는 ‘발전한 도시와 낙후된 시골’이라는 이분법이 작동하며 사람들이 농어촌에서 도시로 옮겨갔다면 수도권 과밀화 상황에서 시골은 도시의 삶에 지친 사람을 위로하고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힐링의 고장으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이제 시골은 문화적 혜택에서 도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뿐 아니라 도시의 삶에 지친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농촌과 어촌이 어떻게 낙후의 상징에서 힐링의 고장으로 거듭나게 됐는지 질문을 던져볼 만하다.



도시는 질 높은 교육의 혜택을 풍부하게 누리고 경쟁에서 승리하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지만 자연을 직접적으로 만나지는 못한다. 반면 시골은 도시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자연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상시적으로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시골의 부활은 결국 산업화의 도시인이 자연을 잊고 지내다가 그 가치를 재발견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자백가 중에서 노자는 인위적 목표를 위해 경쟁하는 도시의 삶보다 외부 원인 없이 스스로 흘러가는 자연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 때문에 ‘노자’에 나오는 자연(自然)은 오늘날 문명과 대립하는 환경을 가리키지 않고 자체의 힘으로 저절로 그렇게 흘러가는 흐름을 나타냈다. 노자는 왜 문명의 도시보다 자연의 공동체를 선호했을까. 노자는 일단 자연에서 물을 세심하게 관찰했다. 이 관찰로 인위적 목표를 세워놓고 사람을 그곳으로 몰아가고 사람은 목표에 빨리 이르기 위해 경쟁하는 삶을 해방시키고자 했다. 노자는 물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고 ‘가장 훌륭한 삶의 방식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주장했다.



물은 생물이 살아가는 필수적 영양소를 공급할 뿐 아니라 더러움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다. 물은 만물에게 골고루 이로움을 나눠주지만 위로 향하지 않고 아래로 흐른다. 노자에 따르면 “물은 만물에게 혜택을 골고루 나눠주지만 다투지 않는다.” 도시 사람들은 모두 더 높은 곳을 향해 경쟁하지만 물은 사람들이 피하려는 아래로 흘러간다. 노자는 물을 웅장한 건물 뒤에 흐르는 배경으로 바라보지 않고 직접 물에 발을 담그고 물을 따라 걸어가 봤다. 노자는 간접적으로 흘겨보지 않고 직접적으로 부닥치며 물의 특성을 세심하게 관찰한 것이다. 이 덕분에 물은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물질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에게 살아가는 방향의 지혜를 보여주는 도의 상징물로 상승하게 됐다.

요즘은 도시도 위로만 치솟지 않고 청계천 복원처럼 옆으로 낮게 깔리며 사람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자연을 닮으려고 하고 있다. 도시가 자연을 닮아간다면 사람도 당연히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로써 도시와 시골의 관계가 대립하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보완하고 상생하는 관계로 재정립될 수 있는 전기를 맞게 됐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높이 쌓아 올려야 경쟁에서 승리하고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산업화를 거쳤기 때문에 언제든지 높이의 질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주위를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고 다들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상선약수로 질주의 속도를 제어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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