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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력산업의 현주소는] 車·가전, 美소비 위축 역풍..."정부는 구조조정 속도내야"

[2회]기업 덮치는 긴축 파고

조선·철강 등 공급과잉 업종은 여신 회수 내몰려

수출입 물가 변동성 커지며 수출·내수 위축 우려





“시장이 벌써 반응하고 있습니다. 정책금리가 1.5%라고 하지만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최고 우량 기업도 3% 안팎의 금리를 쳐줘야 합니다. 한계기업은 금융권의 여신 회수 압박에 직면했고요.”

11일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발 긴축 국면이 우리 경제에 낙조를 드리우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우리 수출기업부터 현지 소비 시장 위축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결국 금리 상승이 다른 나라로 도미노처럼 이어지면 수출·내수기업을 막론하고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특히 “원화 변동성도 커질 것”이라며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인 중국, 미국과의 공조 속에 아베노믹스를 지속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리스크 헤지 수단이 궁하다”고 우려했다.

위기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최근 1조원이 넘는 삼성중공업(010140)·현대중공업(009540)의 전격적 유상증자 결정에는 여신 축소에 나서는 금융권, 심상치 않은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4·4분기에만 6,600억원의 환손실을 입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는 지난해보다 못하고 자동차·철강 등은 경쟁력이 하락하는 등 주력 업종의 내리막길 와중에 금리 변수가 불거져 더 걱정”이라며 “기업 부채도 심각해질 수 있어 기업 옥석 가리기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출·내수 기업으로 전방위 충격 올 수도=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유동성으로 떠받쳐온 호황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박사는 “미국 경기가 좋다고 하지만 돈을 거둬들이면 현지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에서 우리 기업의 타격이 커지고 경영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만도 해도 미국은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가뜩이나 엔저로 고전하는 판에 미국 소비 시장까지 식으면 설상가상이 될 수 있다. 현대차(005380) 관계자는 “지난 2011년 300만원 수준이었던 미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쏘나타와 혼다 어코드의 가격 차가 이제는 (엔저로) 고작 50만~100만원 정도”라며 “긴축 국면으로 원화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여 영업 전략도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 관계자도 “원화 강세가 계속되면 수익성 악화는 물론 딜러 인센티브, 광고 등 판촉활동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환율이 10원 빠지면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매출이 빠진다는 것이 완성차 업계의 분석이다.

공급 과잉 업종 기업은 사정이 더 어렵다. 선가가 달러로 산정되는 조선 업종은 지난해 중순 1,100원대를 웃돌던 원·달러 환율이 1,080원대까지 빠지면서 같은 선박을 수주해도 앉아서 손해를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금융회사마저 여신 관리에 깐깐해지면서 만기 도래한 여신의 만기 연장도 쉽지 않다. 한 조선사 임원은 “조선·철강 등 공급 과잉 업종들은 금융권 여신 회수 움직임에 잔뜩 위축돼 있다”고 전했다.



내수로 충격이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 우리로서는 기준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원화 변동성이 커지면 수출입 물가 변동성이 커지고 부채 문제로 기업 부실도 심각해져 내수 부진이 초래될 수 있다”며 “중소·벤처기업이 덩달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계기업 지원, 옥석 가려야=대기업은 그나마 쌓아놓은 돈이 있어 긴축 파고에 버틸 여력이 된다. 문제는 환 헤지도 못하는 중소기업이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돼 정부 지원도 어렵고 해법으로 약방의 감초처럼 꼽히는 시장 다변화도 단시일 내 되지 않는다.

실제 좀비 기업(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못 대는 기업) 수는 지난 2012년 2,794개사에서 2017년 3,126곳으로 늘었다. 시장에서는 한계기업의 수가 많게는 전체의 20%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한 중견기업 임원은 “기술력·브랜드·영업력이 뒤질수록 외재 변수에 더 흔들리게 된다”며 “기업으로서는 경영 계획 수정 등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같은 맥락에서 미적거려온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실장은 “자원 배분 측면에서 정부가 지원할 기업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특히 구글·야후가 모험자본을 운영하는 것처럼 우리 대기업도 인수합병(M&A)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한 임원도 “대기업이 지배구조 이슈와 정서적 반감에 묶여서는 구조조정이 원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강중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압박 속에 긴축이 겹친 만큼 수출 전략이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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