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초유의 사태를 몰고 온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지난 2016년 11월20일 재판에 넘겨진 지 450일 만에 나온 사법부의 판단이다. 롯데그룹 경영비리 사건에서 집행유예로 구속 위기를 넘겼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에 따라 총수 공백에 따른 롯데그룹의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씨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최씨와 함께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이 선고됐다.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회장도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뇌물공여액으로 평가된 70억원은 추징하기로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4일 결심공판에서 최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185억원, 추징금 77억9,735만원을 구형했다. 안 전 수석은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 추징금 4,000만원, 신 회장은 징역 4년과 추징금 70억원이 각각 구형됐다.
검찰의 구형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재판부는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기업 대상 출연 강요, 삼성 뇌물수수 등 최씨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또 이들 혐의의 상당 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관계로 인정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과 같이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공모해 이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승마 지원비 중 72억9,000만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다만 이 부회장의 2심 판단처럼 삼성의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 삼성이 명시적·묵시적으로 부정 청탁을 하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도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며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은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사이에 롯데면세점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재판부가 판단하면서 법정 구속됐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낸 70억원이 면세점 추가 승인을 염두에 둔 제3자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신 회장 측은 면세점 관련 특혜가 없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 항소심에서 다시 한번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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