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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무역전쟁]美 수입규제 '안전판' 하나 없는데...인력도 부재 '소낙비' 피하기 급급

정부 新통상대책 하세월

통상교섭본부 정원 296명 이지만

무역투자실 이관 제외땐 증원 미미

신통상 로드맵 조속히 마련하고

통상전쟁 인력 충원도 서둘러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5일 대미 아웃리치(접촉)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배 열두 척이 안 된다.” 지난해 8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보호무역 파고 앞에 놓인 우리 통상당국의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10월 국정감사에서 “(10년 전) 협상 때는 204명이었는데 현재는 140명”이라며 대대적인 인력 증원을 요청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바뀌었을까. 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현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의 정원은 296명이다. 정원이 대폭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원래 산업부에 있던 무역투자실을 이관한 것을 제외하면 증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11월께 조직 관련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끝내고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시작했지만 3개월째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교섭본부 내부에서 “새 인력을 충원해서 이제 일 좀 시킬 수 있게 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을 비준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통상정책 라인의 전열을 채 갖추지도 못한 새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파고는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높아져 있다. 지난해 8월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1차 회의 당시만 하더라도 객관적 평가가 먼저라며 우리 당국이 버텼지만 결국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시작됐다. 이 와중에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이 이어졌고 올해 들어서는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 및 모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2월에는 한중일을 표적으로 ‘상호세(reciprocal tax)’를 부과하겠다며 엄포를 놨고 1일(현지시간)에는 자국의 안보를 침해했다며 한국산 철강 등에 25%의 관세 부과 안을 확정했다.

우리 정부의 대응을 놓고 중구난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에도 결국 인력 문제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통상 소낙비’를 피하기도 버거울 만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맞는 전략을 제대로 세우기 힘들기 때문. 정부는 지난해 7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9월에는 신통상 로드맵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로드맵에는 ‘서울클럽’ 등 보호무역주의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판’ 등이 담길 예정이었다. 서울클럽이란 통상 선진 국가 간 공조를 통해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등에 대응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다.



이후 김 본부장이 새해 첫 기자간담회에서 1월 중 발표하겠다는 약속도 했지만 역시 공수표가 됐다. 통상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전쟁터에서 벌어진 전쟁을 수행할 인원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개략적으로 안을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이를 확정하기 위한 작업을 할 인원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통상조직의 전열 정비를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력 태부족 문제가 해결돼야 짜임새 있는 전략을 짤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꼬일 대로 꼬인 통상 문제의 매듭도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당장 눈앞의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치르는 인력도 미국에 비하면 태부족이다. 통상협상을 담당하는 통상교섭실 인력은 70여명가량. 협상 상대인 미 무역대표부(USTR)의 정원은 200~300명에 달한다.



더욱이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는 11월까지 우리나라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 수위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내놓는 조치와 중국이 이에 반발해 내놓을 보복 등에도 ‘콜래트럴 데미지(부수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거시경제지표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때리기는 11월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우선 미국의 경기가 호조인 만큼 잇따른 수입규제에도 수입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달러화도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갖가지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무역적자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만만한 한국이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참여정부 때와 달리 대통령이 통상교섭본부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니 여전히 조직개편안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11월 이후 되레 미국의 공세가 더 강해질 수 있는 만큼 하루빨리 통상정책 라인의 전열을 재정비해 단기 대책뿐만 아니라 중장기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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