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의된 미투 관련 법안은 20건이 넘는다.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 간사인 정춘숙 의원이 지난달 21일 미투 1호 법안인 ‘여성폭력 방지 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한 후 국가·공공기관 내 성폭력 사건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민주당 송기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의 형량을 상향하는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바른미래당 오신환) 등의 법안이 잇따라 나왔다. 특히 바른미래당은 당 차원에서 ‘이윤택 처벌법(7개 법안)’ ‘이윤택 방지법(3개)’이라는 별칭으로 성폭력 처벌 강화와 2차 피해 방지, 성폭력 상담기구 설치 등에 대한 법안을 패키지로 발의했고 민주평화당 역시 업무상 위력에 이한 추행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8개의 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미투 관련 법안의 봇물이 터지자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또 한철 장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주 지진이나 제천 화재 참사 때처럼 대형 이슈에 편승한 법안 남발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정작 적극적인 미투(폭로)의 장애요인으로 꼽혀온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은 2년 가까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금태섭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1명이 지난 2016년 9월 발의한 이 법안은 사실에 관한 명예훼손죄 처벌규정 및 모욕죄를 삭제하고 명예에 관한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성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역고소 당하는 사례를 막자는 취지다. 최근 일부 당에서 내놓은 미투 대책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 폐지’를 비롯해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과 겹치는 내용이 상당수다. 밀린 숙제는 내버려두고 새 공부 계획을 짜는 데만 골몰하는 꼴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큰 사건 이후 관련 법 발의가 잇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미 제출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상임위 심사조차 받지 못했다는 점은 부끄러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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