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급격한 임금 인상에 따른 산업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가 정기상여금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권고한 이유다. 그런데도 노사가 자율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비방전이나 펼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는 당장 이달 말부터 시작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 대혼란이 불가피해졌다는 사실이다. 고액 연봉자가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근로자로 취급되고 영세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취약계층의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도입 취지마저 흔들릴 판이다. 노동단체들이 현행 제도를 굳이 손댈 필요가 없다며 팔짱만 끼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 공을 넘겨받은 정부는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최저임금 제도 개선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근로 대가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주요 선진국처럼 지급주기와 상관없이 산입범위에 모두 포함돼야 한다. 행여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으로 제한한다면 기업 규모에 따른 역차별을 조장하고 소기업 근로자를 두 번 울리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행규칙만 고쳐도 곧바로 시행 가능한 복리후생 관련 수당도 최저임금에 넣는 게 맞다. 정책 당국자들은 그동안 최저임금 정책의 실효성을 갖추자면 산입범위를 손봐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노동계와 국회를 설득해 애써 마련된 최저임금 제도가 순항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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