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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심장이 뛰는 곳으로”...김설진을 단정 짓지 말라

“무용수로만 단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 현재진행형인 사람입니다. 김설진이 다음엔 또 뭘 하려나? 궁금해하셨으면 좋겠어요. ”

무용수 김설진을 한번 보면 궁금해진다. 드라마 한편보다 엄청난 이야기를 건네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보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마음을 노크한 몸의 움직임을 이끌어낸 인간 김설진이 궁금해지기 때문. 핑클 출신의 가수 이효리, SES 출신의 가수 슈 모두 ‘김설진’을 궁금해 했고, 먼저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해 지인이 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가 이번엔 배우로 돌아왔다.

지난 달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흑기사’에서 양승구로 출연한 김설진은 ‘개성만점 신스틸러’로 눈도장을 찍으며 성공적인 연기 신고식을 치렀다. 샤론 양장점에서 일하는 옷에 대한 뛰어난 재능이 있는 남자 직원 양승구는 서지혜(샤론 역)의 충성스러운 직원이면서도 서지혜와 시도때도 없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재미를 더했다. 드라마 곳곳에 삽입된 김설진이 춤을 추는 장면은 샤론 양장점의 미스테리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극에 신비로움을 더하기도.

/사진=지수진 기자




김설진은 무용부터 연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활약하며 본인만의 컬러를 창조하는 아티스트이다. 물론 그는 ‘아티스트’란 수식어를 좋아하진 않는다. 제주도 출신인 그는 1998년도 18세 때부터 댄서로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에선 Mnet ‘댄싱9 시즌2’ 팀 우승의 주역이자 MVP로 선정되며 존재감을 확실히 알린 현대무용가 겸 안무연출가이다. 최근엔 JTBC ‘전체관람가’에서 이명세 감독의 단편영화 ‘그대 없이는 못살아’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사람에 대한 연구와 상상을 즐겨한다는 김설진에게 ‘연기’는 새로운 도전이라기 보단, ‘심장이 뛰는 곳으로’ 향한 행복한 작업이었다. ‘승구’라는 인물을 만들어내기까지 그는 상상하고 또 상상했다고 한다. 그 누구보다 호기심에 가득차서 말이다.

“승구의 대사가 많지 않았어요. ‘응’ 만 써 있기도 했는데, ‘응’이란 단어 하나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응’이 너무 많았어요. (그냥 답하는)응, (의구심이 생기는)응, (활기차게 답하는)응 등 다 느낌이 달라. 그래서 오히려 저는 대본은 물론 상대방의 대사들을 많이 봤어요. 전체 흐름에서 작가의 의도를 캐치하고, 저랑 만나는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상상해보면서 만들어갔어요. 물론 대본에 없는데, 승구란 인물은 어떻게 샤론 양장점 여기에 오게 됐을까?란 궁금증부터 퇴근하고선 뭐할까?란 궁금증까지를 상상했죠.”

“처음엔 승구가 미스터리한 인물이라서 (직장에서)퇴근을 안 하는지 알았어요. 그런데 신나게 퇴근하는 걸 알게 되면서 혼자 다양하게 상상을 했어요. 앵글에는 안 나오지만, 양장점에는 부르면 가는 거잖아요. 그럼 무슨 일을 하고 있다 오는 건데 무슨 일을 하고 오는걸까. 그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죠.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 인물 자체 분석하면서 혼자 만들어가는 게 재미있었어요.”

김설진은 현대무용 최강국 벨기에의 대표 무용단인 피핑톰(PEEPING TOM)의 단원으로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왔다. 무엇보다 ‘와 멋있다’는 즉발적인 감탄사를 나오게 하는 무용보단 ‘저 사람 도대체 누구야’란 궁금증을 갖게 하는 무용을 선 보여왔다. 그는 실력파 무용수란 수식어를 거부했다. 이어 “누가 더 잘 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누가 더 ‘뛰어나다, 못하다’에는 관심이 없어요. 어차피 잘하고 못하고는 본인이 아니라, 대중들이 판단하는 거라 봤어요. 춤을 추는 사람으로선 몸의 움직임에 관심에 많아요. 배우로서는 한 인물, 즉 캐릭터를 분석해서 성격을 온전히 제 것으로 담아내려고 했어요. 대사 한 마디를 하더라도 극 안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있으려고 했어요. 그냥 그 인물 자체로 살아있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관심이 많아요.”

“‘멋있어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건 남에게 보여진다는 것에 신경을 쓴다는 건데, 결국 스트레스 받는 일 아닐까요? 진짜 제가 재미있어 하는 일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요? 또 함께 재미있게 할 수 있다면 더 재미있겠죠. ”



김설진은 춤과 연기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가 다르다고 설명한 지점은 생생하게 눈 앞에서 보는 ‘무대’와 카메라 앵글에 담기는 ‘필름 작업’이었다. 그에겐 드라마든 영화든 모두 “다시 해 보고 싶은 필름 작업이었다”

“카메라 앵글에 담겨질 때 하는 행위랑 무대에서 보여주는 건 차이가 있어요. 테크닉 적인 것 역시 다르죠. 요즘엔 드라마를 보면 그게 보여요. 그 전엔 배우들의 연기 및 내용에 대해서 주로 봤는데 달라졌죠. ‘아 저렇게 연기 하는구나’ 라고 느꼈다면, 지금은 ‘저렇게 찍었겠구나. 이렇게 찍었겠구나’ 등 환경에 대해서 보게 된 거죠.”



그의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무용이 발가벗은 느낌이라면, 연기는 자신 안에서 꺼내는 것”이라고 한 김설진은 “무용에서 연출과 행위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제 자신이 하나 하나 까발려진 느낌이다. 배우로 출연만 하는 건, 감독님이나 연출자가 바라는 라인 그 안에서 자유롭게 노는 느낌이다”고 털어놨다.

크리에이터 그룹 무버(Mover)의 대표로 활동중인 김설진은 여전한 플레이어이자 멀티 크리에이터이다. 2001년 현재의 아내를 만나 2006년에 결혼해 2011년에 첫 아이를 낳았다. 2002년엔 첫 아이와 함께 출연한 ‘아빠’ 란 현대 무용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국립현대무용단 ‘춤이 말하다’ 무대를 통해 유쾌한 입담도 자랑한 그는 “아내와 아이를 만나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고 했다.

“아내를 만나기 전엔 ‘이렇게 살아서 뭐하지?’ ‘뭘 이렇게 사나? 똑같잖아’ 라고 생각하는 허무주의에 빠져있었다. 비관주의보다 그게 진짜 무섭고 괴로웠다. 아이를 낳기 전엔 소중한 게 제 일 아니면 제 춤이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서 처음으로 내가 춤 추는 것 때문에 혹은 내가 하고 싶은 것 때문에 이 아이들이 불행해진다면 내 일을 그만 둘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점이 저에겐 가장 큰 변화다.”

김설진의 목표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 되는 것. 최근 삶의 모토는 ‘심장이 뛰는 곳으로’이다. ‘다음에 또 뭘 할까’ 궁금해지는 아티스트인 그는 “죽기 전엔 모두가 현재 진행형 아닌가. 저란 인간을 단정짓지 않길” 바랐다.

“‘심장이 뛰는 곳으로’ 란 말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요. 살면서 머리로 많이 생각했더니, 이해관계를 따지게 되더라. 나한테 이득되는 더 좋은 것들을 먼저 생각하게 되니까 불편한 것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아이들과도 순수하게 놀지를 못하겠다. 본능적으로 두근거리는 것을 따라가자는 뜻이다. 심장이 뛰는 곳을 따라가니까 일단은 재미있었다. 재미있으니까 거기에 더 많은 걸 투자하게 되고,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에서 또 다른 환상들을 경험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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