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한국GM의 미국 본사 출신 임원들이 받아간 스톡옵션 행사금액만 209억6,7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GM은 2010년 이후 경영진에게 514억원의 스톡옵션을 제공했다. 경영진은 실제 권리행사를 통해 연 평균 3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 성과급을 받아갔다.
문제는 회사가 약 2조원의 순손실을 본 2014~2016년 3년간 외국인 임원들이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88억원을 수령했다는 점이다. 경영 실패로 회사를 적자의 늪에 빠뜨리고도 연 30억원 상당의 성과급을 받아간 셈이다. 더욱이 한국GM의 회계상 임원들에게 추가로 줘야 할 스톡옵션 비용만 279억원에 달한다.
금융권에서는 회사가 적자인데도 돈을 받아가는 스톡옵션의 구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스톡옵션은 통상 경영진에게 주는 성과급으로 특정 기간 이후에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3년 후 주식 1주를 1만원에 살 수 있는 스톡옵션을 부여했는데 행사 때 가격이 1만5,000원이면 경영진은 1주당 5,000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회사는 스톡옵션을 받은 임원이 권리를 행사할 때를 대비해 향후 지불할 비용으로 처리한다. 임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이를 주식 등으로 지급하고 그만큼의 비용이 사라진다. 만약 경영이 안 좋아 주식 가격이 1만원 이하로 하락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한국GM이 회계상 스톡옵션 비용을 279억원으로 인식했다는 것은 제공한 가격이 시장가격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는 말이다.
특히 비용으로 남은 스톡옵션 279억원 가운데 207억원은 자본잉여금으로, 72억원은 장단기 미지급 비용으로 처리한 점이 눈에 띈다. 자본잉여금은 스톡옵션을 주식으로, 장단기미지급 비용은 현금으로 제공한다는 의미다. 72억원은 한국GM이 현금을 주든, 미국에 상장된 본사 GM의 주식을 한국GM의 비용으로 사주든 특별 조항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한국GM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 수 증가로 가격이 떨어지고 스톡옵션 행사가는 의미가 없어진다는 설명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통 스톡옵션을 줄 때 ‘(시장이 아닌) 인위적으로 가격이 조정되면 그에 맞춰 행사가격도 조정한다’는 조항이 삽입된다”며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이번주 진행하는 당국의 실사에서 미국 본사 출신 경영진이 받아간 스톡옵션에 특혜가 있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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